끄적끄적
180527
기기묘묘하다. 반상(盤上)에 놓인 돌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 바둑은 조금만 배워도 기풍(氣風)이 생긴다. 단단한 세력을 쌓아 힘으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기풍, 차곡차곡 실리를 쌓아 교묘히 승리만을 취하고자 하는 기풍, 여기저기 곳곳에 난전을 만들며 판 전체를 뒤흔들어놓는 기풍, 여기저기서 겉멋만 들어 허세 가득한 기풍 등등등등등. 얼굴을 가리고 바둑을 두어도 맞둔 적 있는 사람은 안다. 한 수 한 수에 그 사람의 성향과 성격이 드러난다. 판이 끝날 듯 격렬하게 맞붙는 순간에도 극적인 타협책을 찾아 끝까지 바둑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번 시작한 사소한 싸움으로 끝을 본다며 매 대국(對局)마다 밥 먹듯 대마(大馬) 수상전(手相戰)을 벌이는 사람도 있다. 어릴 적에, 바둑을 한창 배우던 시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