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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떻게 일에서 만족을 얻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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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슈워츠, 케니스 샤프 저/김선영 역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02월 13일 | 원제 : Practical Wisdom

항상 새롭게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은 없다. 언제나 비슷하고 반복되는 업무 사이에서 기계처럼 일하게 되는 것이 노동자의 현실이다. 쳇바퀴 도는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이란 어려운 일이다. 나는 노동자가 된 이후로 노동에서 삶의 만족을 얻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어떻게 일에서 만족을 얻는가』는 바로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현명하게’ 일하는 법, ‘탁월함’을 기르고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삶과 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채찍과 당근으로는 부족하고, ’텔로스(telos)‘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텔로스란, 어떠한 일의 목표나 목적이다. 올바른 선택은 규율과 인센티브만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매 상황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반추,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어 누적된 충분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만 ‘텔로스’를 고려한 올바른 선택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에 맞게 책의 내용 또한 사례 제시와 분석 위주로 구성하고 있다. 몇 가지의 사례를 ‘텔로스’를 고려한 다양한 관점에서 반복해서 분석하는 식인데, 이러한 간접 경험을 통해 ‘실천적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과 일치하는 구성인 것이다.

사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 책의 내용이 다소 거리감 있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일에서 만족을 얻는가』를 읽었지만, 어떻게 일에서 만족을 얻을 수 있는지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자는 이미 실천적 지혜가 책 한 권으로 얻을 수 있는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나을 때까지 치료받으시면 나을 거예요.’처럼 무책임한 얘기를 300쪽이 넘는 분량에 걸쳐 써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반복되는 업무라 하더라도 매번 다른 환자를 만나는 이상 나의 업무는 결코 ‘같은 일’이 아니다. 유사하게 반복되는 업무 안에서 내가 ‘실천적 지혜’를 발휘하여 매 상황에 보다 슬기롭게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쉽게도, 이 책에는 실질적으로 많은 노동자가 본인이 재량권을 가진 일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현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환자의 병실을 다시 청소한 노동자 ‘루크’의 경우, 환자의 아버지가 본인에게 불합리한 호통을 치는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방을 청소하여 큰 충돌 없이 한 번의 위기 상황을 모면하였다. 하지만 만일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어떨까? 매 상황마다 루크는 불필요하게 본인의 노동력을 소모해야만 ‘실천적 지혜를 발휘’하는 것인가? 위 갈등 상황을 직접 중재할 수 있는 재량권은 루크(일선 노동자)가 아닌, 루크의 직속 상사(사용자)에게 있을 것인데 말이다.

이 책은 일장일단(一長一短)이 명확한 책으로 보인다. 노동자 개인의 입장에서 ‘실천적 지혜’를 발휘하여 한 차례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마땅히 참고해야 할 우수한 사례와 분석이 가득한 책이다. 그러나 저자가 상황의 특수성과 개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만큼 일반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하므로 독자 역시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 책의 교훈을 직접 체득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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