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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위대한, 그러나 위험한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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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샌더스 저 / 장성준 역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07월 09일 | 원제 : Every Patient Tells a Story (2009)

대다수의 의료인은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현장에서 근무하게 된다. 특히 한의사·의사·치과의사는 진단과 치료가 주 업무가 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진료 상황을 맞이하는데, 반복되는 진료 상황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은 진단의 정밀성이다. 환자가 호소하는 주 증상을 파악하고, 병력을 세밀히 청취하여 내린 진단을 바탕으로 치료를 진행하기 때문에 만일 진단의 과정이 잘못된다면 이후 이어지는 치료 역시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전문직이라 일컬어지는 직종은 여타 직업에 비해 판단력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의료계와 법조계가 그렇다. 의료계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법조계는 사람의 인생을 다루기 때문에 그러하다. 진단의 과정은 수많은 판단의 과정이 응집된, 판단의 엑기스라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교육 과정에서는 인체의 생리·병리를 바탕으로 각종 질환들과,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증상들을 교육받지만 실전에 돌입하는 순간 다양한 증상들을 종합하여 질환을 감별하는 역방향의 사고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벼워 보이는 증상이라 하더라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되고, 모두 의학적인 판단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사소한 피부 발진이 정확한 진단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 책에 제시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일종의 의안집(醫案集)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진단의 사례를 들어 단순하게 보이는 증상에서 도출된 다양한 진단을 실전 사례를 통해 보여주어 독자가 보다 더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진단을 내리는 의사의 사고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서술 방식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일반적인 진단에서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할 것은 무엇이고, 어느 지점에서 R/O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지, 발생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파악하거나 재점검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사례를 통해 제시하여 독자가 실전에서 진단의 오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이학적 검사를 강조한 부분에서는 최근 첨단 기기를 활용한 진단의 한계와 문제점을 짚어보며 단순하고 원시적인 검사법처럼 보이는 이학적 검사라 하더라도 충분히 의학적인 가치가 있고 실전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 한의사의 영상 기기를 통한 진단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지만, 엑스레이, CT, MRI 등의 영상 검사 결과를 판독하는 과정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보니 한의사 역시 이학적 검사를 경시하고 영상 검사 결과만을 중시하는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본다. 책을 읽으면서 영상 검사 결과를 보는 방법은 어떤지 확인하는 방법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이학적 검사, 신경학적 검사 쪽은 오히려 소홀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전 경험을 직접 쌓아가는 것도 좋지만, 이 책과 같이 사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빠르게 임상 경험을 간접적으로 쌓아가는 것 역시 좋은 학습 방법이라고 본다. 학부생이나 신규 졸업자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통해 다양한 간접 경험을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진단에 임하는 마음가짐, R/O의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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