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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의학 이야기

스타틴(Statin), 근육 통증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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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rett E, Williamson E, Brack K, Beaumont D, Perkins A, Thayne A, Shakur-Still H, Roberts I, Prowse D, Goldacre B, van Staa T, MacDonald TM, Armitage J, Wimborne J, Melrose P, Singh J, Brooks L, Moore M, Hoffman M, Smeeth L; StatinWISE Trial Group. Statin treatment and muscle symptoms: series of randomised, placebo controlled n-of-1 trials. BMJ. 2021 Feb 24;372:n135. doi: 10.1136/bmj.n135. PMID: 33627334.

"선생님, 스타틴(statin)을 복용한 후로 자꾸 다리에 쥐가 납니다. 제 친구도 스타틴을 복용하면서부터 비슷한 증상이 있다고 하구요,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홈페이지에도 스타틴이 근육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나와있더라구요. 이 약은 중단하고 싶어요."

 

스타틴(Statin)은 이름이 '-스타틴'으로 끝나는 약물의 한 군(群)이며,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 심바스타틴(Simvastatin) 등 다양한 약물을 통칭합니다. 이상지질혈증 및 고지혈증 치료를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심혈관계 이상 증상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일 3천만 명 이상이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MG-CoA 환원효소 억제제로 작용하여 궁극적으로는 체내에서 콜레스테롤의 합성을 억제하는 매커니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른 많은 약물과 마찬가지로 스타틴 계열 약제 역시 부작용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데, 잘 알려진 부작용으로는 간독성 및 치매 위험의 증가, 근육독성(Myotoxicity)으로 인한 근육 통증 등이 있습니다. 특히 근육독성과 관련해서는 횡문근융해증(Rhabdomyolysis) 보고가 있으므로 필요 시 혈액검사를 통해 CK(Creatine Kinase) 수치를 확인하기도 하는데, 대개는 근육 통증을 호소하는 정도에 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스타틴 복용 후 발생하는 통증이 노시보(Nocebo) 효과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의학의 통념을 깨고자 하는 흥미로운 연구라서 읽어보았습니다.


연구 디자인

피험자별로 1년 동안 Atorvastatin 20mg qD 군과 Placebo 군의 기간을 무작위로 나누어 배정합니다. 2개월 간 진행되는 치료 세션을 총 6회 진행하며 경과를 관찰하였습니다. 즉, N-of-1 디자인 연구입니다.

우선적으로 근육 통증, 위약감, 근 긴강, 마목(痲木), 근 경련 등의 근육 증상이 나타나는지 VAS(Visual Analogue Scale)를 통해 평가하였으며, 평가 기간은 carryover effect를 줄이고자 각 세션의 마지막 7일 간으로 설정하였습니다. 부차적으로 피험자를 대상으로 연구 직후 3개월 간 스타틴 약제를 다시 복용할 의사가 있는지 의사를 확인하였고, 근육 통증과 관련한 보다 자세한 문진(일상 생활 시, 기분, 보행, 업무 수행 능력, 수면 등과 관련한)을 설문지를 통해 수행하였습니다.

피험자는 영국 일차의료 현장에서 스타틴 약제 복용 후 발생한 근육 통증을 호소하며 처방을 거부하거나 거부를 고려하고 있는 환자군으로 모집되었습니다. 피험자들은 모두 연구 참여 직전 시점에 스타틴 약제를 전혀 복용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단, 혈액검사 결과 ALT가 정상 기준(40 IU/L) 대비 3배 이상 높은 경우, CK가 정상 기준 대비 5배 이상 높은 경우, 스타틴 약제 복용 여부와 관련 없이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만성 근육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 20mg 처방 금기에 해당하는 경우 및 임상의가 연구 참여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경우 모집에서 제외되었습니다.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200명의 지원자를 모집하였습니다. 모집 결과 평균 연령은 69.1세, 성비는 남녀 각각 115명, 85명이었으며 140명(70%)은 심혈관계 질환 과거력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계획했던 1년 간의 연구 기간동안 충분히 경과를 관찰할 수 있었던 피험자는 총 151명(76%)이었으며, 총 392회의 스타틴 세션과 383회의 플라시보 세션이 분석되었습니다.  

연구 결과

Table 2 Estimated effects for secondary outcomes comparing statin with placebo periods (from participant questionnaire; n=152) / Participants contributed multiple periods to these summaries and so the odds ratio cannot be directly calculated from these fractions. Odds ratios above 1 indicate higher odds on statins.

근육 통증을 체크한 VAS 점수를 보았을 때, 스타틴 군(평균 1.68)이 플라시보 군(평균 1.85) 대비 낮은 점수를 보여주었습니다. 스타틴 외에 근육 증상을 야기할 수 있는 다른 원인들과 비교하였을 때 스타틴 약제가 근육 증상과 유의미한 상관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같은 결과는 부차적으로 조사하였던 설문 조사(일상 생활 시, 기분, 보행, 업무 수행 능력, 수면 등과 관련한) 결과에서도 같게 나타났습니다. 스타틴 군과 플라시보 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은 것입니다.

이같은 결과를 확인한 피험자 113명 중 74명(66%)은 다시 스타틴 약제를 복용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연구 기간 중 근육 통증이 비교적 심하게 나타났던 17명의 피험자 중 9명(53%)까지도 다시 스타틴을 복용하겠다고 응답하였습니다. 

80명의 중도 탈락 인원과 부작용 발생 보고

연구 기간 중 발생한 80명의 중도 탈락 인원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7명은 이중맹검 직후 약제 복용 이전 시점에서 탈락하였으며 34명은 스타틴 기간 중에, 39명은 플라시보 기간 중에 탈락하였습니다. 이 중에서도 근육 증상으로 인한 탈락은 스타틴 기간 중 18명, 플라시보 기간 중 13명에 해당하였습니다. 이 또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므로 스타틴 약제와 근육 증상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총 13건 보고된 부작용 보고 기록의 내용 또한 연구 약물(Atorvastatin 20mg qD)로 인한 것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위에서 언급드렸다시피 스타틴 약제가 근육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의학적인 상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스타틴 약제와 관련해 이루어지는 연구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기존의 지식과 상반되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보고한 연구자들 또한 이러한 추세를 잘 알고 있기에 이 내용을 논문에 서술해두었습니다.

참고할 만한 연구는 SAMSON trial1, ODYSSEY ALTERNATIVE trial2, GAUSS-3 trial3 등이 있습니다. 노시보(Nocebo) 효과로 인한 증상이라는 가설과 스타틴 약제 복용 연령층 자체에서 근육 증상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제한적인 수준의 근거지만 학계에 유사한 흐름의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스타틴의 복용, 그리고 드물지만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는 근육 증상(횡문근융해증 등)은 잘 알려져있으나 그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확실히 규명된 바 없을 뿐 아니라 근육 통증, 위약, 경직 등의 기전 역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근육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 스타틴 약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흔하나 스타틴 약제가 심혈관계 이상 증상 발생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만큼, 스타틴 약제의 복용 중단은 역으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와 같이 약제에 대해 알려진 부작용을 확인하고 검증하고자 하는 노력은, 궁극적으로 불필요한 의학적 선입견을 제거하여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보건의료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마친 피험자들의 대부분이 연구 결과를 확인한 후 다시 스타틴을 복용하기로 의사를 바꾸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학 연구에 있어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언제나 보수적인 관점이 필요합니다. 의료인은 약제 및 개인의 기질 특이성을 고려해 부작용을 피하는 선에서 최대한의 효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치료 계획을 설계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번 연구를 포함한 최근 연구 동향이 스타틴의 부작용이 일반적인 선입견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근육 증상을 호소하며 스타틴 약제를 복용 중단했던 모든 환자가 하루빨리 스타틴을 다시 복용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현재는 의사 결정에 있어 하나의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정도의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임상의는 이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환자를 문진하고 상담하는 과정에서 환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다다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료인이 반드시 모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후 당사자가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뜻입니다. 또한, 근육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과거력 및 약물력을 확인할 때에도 이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불필요한 의학적 판단을 내리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하겠습니다.


  1. Wood FA, Howard JP, Finegold JA, et al. N-of-1 trial of a statin, placebo, or no treatment to assess side effects. N Engl J Med2020;383:2182-4. pmid:33196154
  2. Moriarty PM, Jacobson TA, Bruckert E, et al. Efficacy and safety of alirocumab, a monoclonal antibody to PCSK9, in statin-intolerant patients: design and rationale of ODYSSEY ALTERNATIVE, a randomized phase 3 trial. J Clin Lipidol2014;8:554-61. doi:10.1016/j.jacl.2014.09.007 pmid:25499937
  3. Nissen SE, Stroes E, Dent-Acosta RE, et al., GAUSS-3 Investigators. Efficacy and tolerability of evolocumab vs ezetimibe in patients with muscle-related statin intolerance: The GAUSS-3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2016;315:1580-90. doi:10.1001/jama.2016.3608 pmid:27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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