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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의학 이야기

섬유근육통(Fibromyalgia)에 대한 다양한 치료 방법, 효과 및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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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carenhas RO, Souza MB, Oliveira MX, et al. Association of Therapies With Reduced Pain and Improved Quality of Life in Patients With Fibromyalgi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AMA Intern Med. Published online October 26, 2020. doi:10.1001/jamainternmed.2020.5651

섬유근육통은 만성적인 전신성 근육뼈대계통 통증 및 경직감을 특징으로 하며, 중추신경계가 질환의 병태생리에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통증을 처리하는 뇌 부위가 비교적 예민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섬유염 또는 섬유근염이라 불린 적이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조직 내의 '염증'이 관찰되지 않고, 구체적인 병태생리가 밝혀지지 않아 최근에는 섬유근통 내지는 섬유근육통 증후군으로 불립니다.

진단(Diagnosis)

진단 기준으로는 압통점(Tender Point)을 활용하여 진단하는 방법이 제시된 바 있고 이는 현재 국내에서 섬유근육통의 진단에 적잖이 사용되는 방법이나, 최근에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진단 방법은 아닙니다. 이는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광범위한 근골격계 통증과 동시에 그림에 제시된 18개 압통점 중 11개 이상의 지점에서 심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이미지 출처 : OnHealth)

가장 엄밀한 진단 기준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가장 최근 업데이트된 섬유근육통의 진단 기준에 대해 명확히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2014년 개발된 ACR 2010의 개정판으로, 진단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에서 사용되는 WPI(Widespread Pain Index), SS(Symptom Severity) Scale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링크를 참조하세요. (doi.org/10.1002/art.38905)

A patient satisfies modified ACR 2010 fibromyalgia diagnostic criteria if the following 3 conditions are met:

  1. Widespread pain index (WPI) 7 and symptom severity (SS) scale score 5, or WPI between 3-6 and SS scale score 9.
  2. Symptoms have been present at a similar level for at least 3 months.
  3. The patient does not have a disorder that would otherwise explain the pain.

이 때 통증과 관련해 감별되어야 할 주요 질환으로 류마티스성 다발근통(Polymyalgia Rheumatica),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와 같은 결체조직 질환, 주요 우울 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 신체화 장애(Somatization Disorder) 등 신경정신과적 질환만성 피로 증후군(Chronic fatigue symdrome),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등이 있으므로 일반인의 경우 반드시 전문 지식을 갖춘 의료인과 대면 상담을 받고, 필요한 경우 혈액 검사 등 추가 검사를 통하여야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겠습니다.

치료(Treatment)

섬유근육통의 치료에는 운동요법(Exercise), 전기요법(Electrotherapy), 약물요법(Pharmacologic therapies), 심리요법(Psychological therapies) 및 보완대체의학을 활용한 치료가 쓰입니다. 국내에서 활용되는 보완대체의학은 한의학으로,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는 한의학적 치료인 침 치료(Acupuncture) 및 그에 병행되는 TENS(Transcutaneous Electrical Nerve Stimulation) 치료, 추나 치료(Manual therapy), 수화(水火) 치료 내지는 활혈(活血) 치료(Balneotherapy) 등이 있습니다.

치료 방법에 따른 통증 경감 효과 및 근거 수준

이번에 다루는 연구에서는 각 치료 방법이 활용된 기간에 따라 치료의 유효성을 따로 살펴보았습니다.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활용되었을 때 각 치료별 유효성을 살펴보고, GRADE(Grading of Recommendations Assessment)를 통해 각각의 권고 수준까지 나타내었으므로 실제 임상에서 바로 활용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가 될 것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연령·성별과 관계없이 ACR 기준에 따라 진단받은 섬유근육통 환자(총 224개의 RCT에 포함된 29,962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RCT(Randomized Controlled Trials)의 결과들을 취합하였습니다. (단, 수술적 처치는 일반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처치이므로 배제하였습니다.) 결과값으로는 통증의 정도(VAS 또는 NRS)삶의 질(QoL) 두 가지를 기준으로 두었고(본 포스트에서는 통증의 정도만 다루어봅니다.), 치료의 기간에 따라 3개월까지를 단기, 12개월까지를 중기, 12개월 이후까지 이루어진 경우 장기로 두어 효과를 비교하였습니다. 비뚤림 위험(Risk of Bias)을 최소화하기 위해 PEDro scale을 사용하였습니다.

아래의 도표는 본 연구에서 도출한 연구 결과입니다. 기간별 구분에 있어서 장기간(12개월 이상) 진행된 RCT가 거의 없으므로 배제하였고, GRADE에 따라 치료의 근거 수준을 나타내었습니다. 높은(High) 수준의 근거를 가지는 치료는 섬유근육통 진단 이후 통상적으로 시행되어야 할 것이며, 중등도(Moderate) 수준의 근거를 가지는 치료는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치료법들입니다.

섬유근육통에 따른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는 많은 치료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진토제(Antiemetics),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가 권고되며, 보다 긴 기간에서 중추신경계 억제제(CNS depressants), 항우울제(Antidepressants)의 사용이 권고되었습니다. 진토제는 대부분 체내에서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거나 세로토닌 수용체를 차단하는 역할을 수행하므로 지나치게 예민해진 중추신경계를 진정시켜 통증을 완화한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유사한 기전으로 중추신경계 억제제가 투여될 수 있습니다. 항우울제의 경우 단순히 우울증에만 사용되는 약물이 아니라는 것을 지난 포스트에서 가볍게 다루었습니다.(소아·청소년기 SSRI─2형 당뇨 간 상관관계?)

중등도의 근거 수준을 갖추어 치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에는 침 치료(Acupuncture) 및 그와 병행되는 TENS, 추나 치료(Manual Therapy), 근막 이완술(Myofascial Release Therapy)이 포함되었습니다. 주의할 점은, 보완대체의학에서 말하는 Massage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사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의학 논문을 살펴보면, 추나 치료를 推拿, Tuina 등 고유명사로 활용하는 경우보다 Massage, Manual therapy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엄밀히 치료 효과를 평가하고자 하는 RCT는 시술자에 따라 그 시술 방법에 큰 차이가 생기거나 술기(術技)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치료에 대해 시행될 수 없으므로, 더더욱 환부를 주무르는 정도의 '마사지'는 대부분의 연구에 포함될 수 없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외에 중등도의 근거 수준에서 권고되는 다른 치료법은 고압 산소 요법(Hyperbaric Oxygen Therapy), 자기장 요법(Magnetic Field Therapy), 운동 요법(Exercises), 경두개 직류자극법(tDCS; 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경두개 자기자극법(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진통제(Analgesics), 뉴로피드백, 항경련제(Anticonvulsants) 투여 등의 치료가 꼽혔습니다.

이외에 본 포스트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으나, 연구자들은 삶의 질 척도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치료들의 효과를 연구하였습니다. 높은 수준에서 권고한 치료들은 항우울제(단기 및 중기) 및 중추신경계 억제제(중기) 투여였고, 중등도 수준에서 권고된 치료들은 침 치료, 수화(水火) 치료, 추나 치료 및 운동요법을 포함한 다양한 한의학적 치료와 경두개 직류자극법, 경두개 자기자극법, 진동 자극 요법(Vibratory Stimulation Therapy), 성장 호르몬(Growth hormone) 투여 등이 있었습니다.

섬유근육통, 한·양방 협진 치료가 합리적인 선택지

위 연구를 통해 섬유근육통을 진단받은 경우 한·양방 치료를 병행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으며, 삶의 질 또한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권이 아닌 브라질·호주의 연구자들이 수행하여 세계적으로 권위가 인정받은 미국의학협회저널(JAMA; The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불과 며칠 전 게재한 논문이라는 점이 눈에 띕니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치밀한 설계를 통해 상당한 공신력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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