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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Path of Exile

[PoE] 지식이 곧 자본이 되는 '점술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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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패스 오브 엑자일(PoE)을 처음 접했을 때, 꽤나 낯설게 느껴진 시스템 중 하나는 바로 '점술 카드' 시스템이었다. 필드의 몬스터가 보상을 떨구는 것은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익숙하게 느끼는 파밍 방식인 데 반해, PoE는 그 '보상'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완제품이 아니라 '아이템 조각'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점술 카드'이며, 특정 갯수만큼 점술 카드를 모으면 아이템 또는 화폐로 교환해 사용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점술 카드 보상이 또다른 점술 카드인 경우도 있다.

당연하게도 다양한(3.14 PoEDB 기준 총 357가지) 점술 카드는 종류별로 그 가치가 각기 다르다. 점술 카드를 모아 획득 가능한 보상에 따라 각 카드의 가치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시즌 중에도 많은 아이템의 시세가 수시로 변동되기 때문에, 각 카드의 가치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정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최대한 그 시세의 변동폭이 작거나, 일관되게 높은 가치를 가질 것으로 기대되는 주요 점술 카드 위주로 정리를 해보려 한다.

단, 초심자라면 PoE의 고유한 유저 간 거래 시스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타 게임들과 다르게 PoE는 온라인 상태의 유저 간 일대일 거래만이 가능하므로, 소량 구매를 여러 번 반복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은 편이다. 따라서 이러한 수고를 줄여줄 수 있는 대량(bulk) 거래는 오히려 아이템의 개별 가격이 비싼 편이며, 이는 점술 카드에도 적용된다. 즉, 카드를 한 장씩 구매해 한 세트를 완성하는 것이 대개 한 세트를 통째로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점술 카드 기본 인터페이스

먼저, 점술 카드의 기본 인터페이스를 알아보고자 한다. 점술 카드는 카드 이름과 필요 카드 갯수, 보상에 대한 설명 및 부가적인 PoE 스토리 내용을 포함한다.

여담으로, PoE는 그 서사를 액트 구간에 온전히 녹여내지 않는다. 스토리 라인을 따라 게임을 플레이하기를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PoE의 스토리를 파악하기 위해 NPC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점술 카드, 아이템 설명 등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샤브론의 겉옷을 보상으로 주는 공물 카드에는 말리가로의 부하인 샤브론이 영생을 얻기 위해 처녀의 피로 목욕을 하는 장면이 그림으로 담겨 있으며, '영원한 아름다움에는 대가가 따르나니, 샤브론은 다른 이들의 생명으로 기꺼이 그 대가를 치렀도다.'라는 부가 설명이 붙어있다.

스토리는 차치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에 있어서는 세 가지만 확인하면 충분하다. 카드의 이름과 필요 중첩 갯수, 보상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학자' 카드의 경우 3장을 모으면 NPC 니발리를 통해 감정 주문서 40개를 획득할 수 있다. (각 카드의 필요 충접 갯수를 모두 모은 것을 '세트'로 계산하며, 학자 카드는 1세트가 3장인 것이다.)

아직 은신처를 개방하지 못했다면, 액트 4장과 9장 하이게이트 마을의 NPC 타수니를 통해서도 점술 카드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일반적인 '아이템 구입' 또는 '아이템 판매'와 다르게, '점술 카드 거래'를 열고 점술 카드 1세트를 넣은 뒤 거래 버튼을 누르면 보상을 획득할 수 있다.

화폐 보상 점술 카드

매 시즌마다 메타의 변화에 따라 각 화폐의 가치 또한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 가치의 변동폭은 아이템의 가치 변동폭에 비해 작은 편이다. 또한 유저 간의 거래에 있어서는 엑잘티드 오브카오스 오브가 주로 활용되므로, 주요 화폐를 보상으로 주는 점술 카드의 가치 또한 거의 고정적인 시세를 형성한다.

다음은 주요 화폐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점술 카드를 정리한 것이며, 괄호 안의 숫자는 획득 보상 대비 카드 한 장의 가치이다. 예를 들어, 거울의 집은 9장을 모으면 1개의 칼란드라의 거울로 교환이 가능하며, 버려진 재산은 5장을 모으면 3개의 엑잘티드 오브로 교환이 가능하다. 따라서 거울의 집 카드는 항상 1/9미러 내외의 시세를 유지하며, 버려진 재산은 3/5엑잘 내외의 시세를 유지한다. 점술 카드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점술 카드의 경우 해당 보상을 따로 적었다. 예를 들어 불멸자 카드의 경우 10장을 모으면 1장의 거울의 집을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는데, 이 카드의 보상이 칼란드라의 거울이므로 한 번에 묶어 정리하였다.

가장 높은 가치의 화폐인 칼란드라의 거울(미러)은 언제나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안정적으로 시세가 상승하는데, 흔히 '미러급 아이템'으로 불리는 하이엔드 아이템을 복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소모되는 동시에 엑잘티드 오브가 꾸준히 수급되어 화폐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빌드업 과정 중 여유롭게 투자 가능한 자본을 확보한다면 화폐의 형태로 남겨두기보다는 거울의 집 또는 불멸자 카드에 투자해두는 편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카드 또한 미러의 시세를 추종하므로 안정적인 가치 상승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략적으로 계산했을 때, 거울의 집은 0.11미러, 짝사랑은 0.06미러, 불멸자는 0.01미러, 7년 간의 불운은 0.003미러의 가치이다. 형제의 보관함은 5엑잘, 유혹의 하사품은 1.4엑잘, 버려진 재산은 0.6엑잘, 성자의 보물은 0.2엑잘, 비축가는 0.08엑잘의 가치를 가진다. 시즌 초반 미러 가치에 투자한다고 보면 최소 단위를 짝사랑 내지 불멸자 정도로 잡으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희귀 아이템 보상 점술 카드

PoE의 아이템에는 4개의 등급이 있다. 일반, 마법, 희귀, 고유가 그것이다. 다만, PoE 시스템에서는 등급과 아이템의 가치가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희귀'한 아이템은 아이템의 등급과는 무관하게 매 시즌 수요와 공급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매 시즌 공통적으로 높은 시세를 유지하거나 시즌 진행에 따라 안정적으로 시세가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준 아이템은 존재하고, 이를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점술 카드 또한 존재한다. 물론 빠르고 정확한 시세 파악을 위해서는 PoE ninja 웹사이트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편이 가장 좋다.

또한, 아이템 보상 점술 카드를 살펴볼 때는 타락 옵션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아이템에 바알 오브를 바르면 아이템이 타락되고, 2개의 타락 옵션을 붙이기 위해서는 기습(Incursion) 컨텐츠를 통해 진입하는 앗조아틀의 사원에서 더블 커럽을 진행한다. 이에 대해 자세히 다루면 내용이 너무 길어지니, 점술 카드와 관련한 내용만 간단히 짚어보자면 장비의 타락에는 다시금 큰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 핵심이다. 타락 고정 옵션이 붙지 않은 채로 '타락'만 붙는 경우도 있고, 장비 아이템이 파괴될 수도 있고, 고유 등급 아이템이 희귀 등급으로 하락하며 랜덤한 옵션을 가지게 되어 사실상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같은 아이템을 획득하는 점술카드라 하더라도, 2개의 타락 고정 옵션을 붙인 채로 보상이 완성되는 점술 카드의 경우 그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더블 커럽의 리스크를 배제한다는 가치 때문이다. 의사 카드와 마귀 카드, 악마 카드가 대표적인 예로, 세 종류의 점술 카드는 공통적으로 헤드헌터라는 하이엔드 고유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으나, 악마 카드를 통해 헤드헌터를 획득하게 되면 확정적으로 2개의 타락 고정 옵션을 같이 노릴 수 있다.[각주:1]

스타터 빌드의 마무리 단계에서 하이엔드로 넘어가는 단계까지 흔히 사용되는 아이템을 획득 보상으로 주는 점술 카드의 경우 시즌 초 트레이딩을 통해 시세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반드시 시세 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도, '격일로 의사 카드 한 장씩 사모으기'와 같은 단기 목표를 두고 파밍을 한다면 매일의 파밍이 지루하게만 느껴지지는 않게 될 것이다.

시즌 내내 높은 시세를 형성하는 점술 카드가 아니라 하더라도, 시즌 극초반에는 겸손, 천공의 심판관, 제국의 유산 등 6링크를 전제하는 다양한 점술 카드의 가격이 쏠쏠하게 형성된다. 따라서, 점술 카드를 주우면 최종 획득 보상을 확인한 후, 휴식을 취하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트레이딩을 마쳐야 효율적인 시드 자본 확보가 가능할 것이다.

단, 빛나는 발견물은 목소리 고유 스킬 군 주얼을 얻을 수 있는 점술 카드인데, 목소리는 '아무것도 부여하지 않는 소형 패시브 스킬' 갯수에 따라 다시금 가격이 하늘과 땅으로 나뉘는 만큼, 실질적으로 최종 보상을 얻기 위해 점술 카드를 모은다는 생각보다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트레이딩 매물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편이 일반적인 유저의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1. 물론, 이론적으로는 헤드헌터를 구해 신성한 오브를 발라 속성 부여 수치를 최대치에 가깝게 맞춘 후 더블 커럽을 시도하는 것이 보다 완벽한 하이엔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지만, ① 애초에 2개의 유효 타락 옵션을 갖춘 헤드헌터를 띄울 확률 자체가 희박할 뿐더러, ② 타락 옵션은 헤드헌터의 핵심이 아니고, ③ 대부분의 유저는 헤드헌터를 착용하는 시점에 이미 메이븐을 포함한 모든 엔드 컨텐츠를 끝장낸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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