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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의학 이야기

대기 오염, '건강 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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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rash S, Elizabeth H, Victoria S, Ben E, The health community must act on air pollution as an issue of health justice, the bmj opinion, December 22, 2020. https://blogs.bmj.com/bmj/2020/12/22/the-health-community-must-act-on-air-pollution-as-an-issue-of-health-justice/

지난 12월 16일, 영국의 9세 소녀 엘라 키시 데브라(Ella Adoo-Kissi-Debrah)의 사인(死因)에 '대기 오염(Air Pollution)'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BBC]Ella Adoo-Kissi-Debrah: Air pollution a factor in girl's death, inquest finds) 이는 사인으로 대기 오염이 인정된 첫 사례인 만큼, 짚어볼 점들이 있습니다.

대기 오염, 여아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인정되다

엘라는 천식(Asthma)을 앓고 있었고 죽음에 이르기 3년 전, 2010년부터 반복적으로 급성 천식 발작이 발생해 총 27회 응급실에 내원하였는데, 이 시기 엘라가 살던 루이셤(Lewisham)의 대기오염 수치는 EU 허용치 및 WHO 기준 대비 압도적으로 높았던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정보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점들도 아주 큰 문제였습니다.

엘라는 여섯 살 때부터 심한 천식을 앓았고, 심한 천식 발작으로 코마 상태에 빠져 3일 간 깨어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증상은 점차 심각해졌고, 2012년 여름에는 어머니가 항상 엘라의 곁에 머물며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 상황에 대비해야만 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2월, 결국 천식 발작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지요.

엘라의 사망과 관련한 조사는 계속해서 이루어졌고, 마침내 2019년 런던 법원은 공식적으로 사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지시하였는데, 그 결과 사인은 공식적으로 급성 호흡 부전, 천식, 대기 오염 노출(Acute Respiratory Failure, Asthma, and Air Pollution Exposure)의 세 가지로 밝혀졌습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스티븐 홀게이트 교수는 엘라가 세상을 떠나기 전 몇 달 간은 마치 칼날 위에서 사는 듯(living on a knife edge)한 위태로운 상태였다고 기술하였습니다.

대기 오염이 사회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소수 민족 집단이나 노동자 계급이 오염된 공기에 노출되는 비율이 높으며 이는 곧 건강 불평등(Health Inequity), 사회적 형평성(Societal Fairness)과 강한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즉, 단순히 질병 관리 차원이 아닌, 정의의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이슈가 되는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와 관련하여서도 호흡기계 기저 질환1 및 대기 오염에 대한 노출2이 보다 높은 치사율과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습니다.

대기 오염과 관련한 NICE 가이드라인(Air pollution: outdoor air quality and health)이 개발되었고, 일부 질환과 관련한 상관관계가 연구되어왔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각별히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가정과 회사, 학교 주변의 대기 상태와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기 힘들고, 대기 오염이 유발할 수 있는 각종 질환들에 대한 정보도 충분히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일 뿐?

비록 엘라의 사례는 지구 반대편 영국의 사례지만, 우리나라 또한 봄철 황사로 대표되는 각종 대기 오염에 전국민이 무방비하게 노출되어있는 상태입니다. 가끔 받아보는 재난 문자만으로는 충분한 대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현황과 위험에 대한 지식과 별개로, 실질적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 또한 이루어져야 합니다. 관련 법안을 재정비하고, 저탄소 대중교통, 풍력·태양열 친환경 발전소와 같이 보다 친환경적인 사회 제도가 일반적인 생활 양식에 깊이 녹아들 수 있도록 사회·문화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같은 노력의 기저에는 대기 오염 역시 정의(Justice)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철학이 바탕으로 깔려있어야 합니다. 다루는 주제의 특성 상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고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보건의료계와 정부, 각종 시민단체가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고민을 공유하여야 할 것입니다.


  1. Sanchez-Ramirez DC, Mackey D. Underlying respiratory diseases, specifically COPD, and smoking are associated with severe COVID-19 outcom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Respir Med. 2020 Sep;171:106096. doi: 10.1016/j.rmed.2020.106096. Epub 2020 Jul 30. PMID: 32763754; PMCID: PMC7391124.
  2. Konstantinoudis G, Padellini T, Bennett J, Davies B, Ezzati M, Blangiardo M. Long-term exposure to air-pollution and COVID-19 mortality in England: A hierarchical spatial analysis. Environ Int. 2021 Jan;146:106316. doi: 10.1016/j.envint.2020.106316. Epub 2020 Dec 7. PMID: 3339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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