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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이 보는 의료/판례로 보는 LAW-HANI

구당 김남수, 법(法)의 사각지대를 노리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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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포스트(구당 김남수, 법(法)의 사각지대를 노리다 ①)에서 구당침뜸 평생교육원의 설립 과정에서 벌어진 법정 공방과 그 중심에 놓인 평생교육법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우여곡절 와중에 우려가 계속되었던 부분은 해당 평생교육원의 교육과정에 무면허 의료행위가 전제된다는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실제 운영되면서는 그 한 가지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다루어본 적이 있으니 이번 판례에서는 가볍게만 다뤄보고, 이외에 새로 발생한 문제점을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17. 8. 18. 선고 2012도9992 판결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 자격기본법위반]

■ 영리 목적의 무면허 의료행위 건

사실 관계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김남수 등 뜸사랑 운영진한의사 면허 없이 2000. 7. 1.경부터 약 10년에 걸쳐 ‘◯◯◯◯◯침뜸연구원’이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책·인터넷 사이트를 보고 찾아 온 불특정 다수의 수강생을 상대로 ◯◯ 침뜸 정규과정을 강의하였습니다. 총 5-8회에 걸쳐 수강생들로 하여금 서로 조를 이루어 침·뜸을 이용해 자신 또는 상대방의 신체 부위에 침을 찌르거나 뜸을 놓는 등 실습 교육을 진행하였고, 일부 수강생들은 각 지부 봉사실을 찾아오는 고령의 환자 등에게 의료봉사 명분으로 수십 개의 뜸과 침을 놓기도 하였습니다. 교육비 명목으로 지급받은 수강료는 1인당 55~120만원으로 합계 143억원 상당을 교부받았습니다.

이미 무면허 의료행위 ① 非의료인의 의료행위 포스트에서 살펴보았듯, 위와 같은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은 이미 명백합니다. 다만 여기에서 다시 쟁점이 된 것은 과연 위와 같은 행위가 '영리 목적인지' 여부가 됩니다. 만일 영리 목적으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행한 경우 의료법이 아닌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통칭 '보특법')에 의한 가중 처벌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의료법 제2장 의료인 제3절 의료행위의 제한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후략)

의료법 제9장 벌칙
제87조의2(벌칙) ②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제12조제2항 및 제3항, 제18조제3항, 제21조의2제5항ㆍ제8항, 제23조제3항, 제27조제1항, 제33조제2항(제82조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만을 말한다)ㆍ제8항(제82조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ㆍ제10항을 위반한 자. 다만, 제12조제3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부정의료업자의 처벌) 「의료법」 제27조를 위반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이 경우 100만원 이상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한다.
1.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업(業)으로 한 행위
2. 치과의사가 아닌 사람이 치과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행위
3. 한의사가 아닌 사람이 한방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행위

검찰은 위와 같은 행위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므로 보특법에 의한 가중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뜸사랑 운영진(피고)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습니다.

  1. 침구술에 대한 강의 등 교육행위를 하였을 뿐,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2. 뜸사랑 운영진은 물론 수강생들도 봉사 활동의 차원에서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침구 시술 행위를 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의료행위를 한 것이 아니다.

사법부는 이전에 다룬 판결(2014두42179)에서와 마찬가지로 '의료교육행위'와 '의료행위'를 나누어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는 동시에, 영리성에 대한 판단 역시 따로 판시하였습니다.

사법부의 판단 ① 본 사건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가?

의료교육행위’ 자체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나 ‘위와 같은 예방 또는 치료행위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행위’라고 볼 수 없고,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 및 그에 필요한 필수적 행위’를 준비하는 행위라고 할 것인바, 결국 ‘의학상의 기능과 지식을 가진 의료인이 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이 사건 침뜸교육은 단순히 침뜸시술과 관련된 이론적 교육에 그친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지시, 감독 하에 수강생들은 총 5-8회에 걸쳐 강사들이 직접 자신들의 신체에 시연하는 침뜸 시술행위를 보거나, 서로 조를 이루어 침과 뜸을 이용하여 자신 또는 상대방의 신체 부위에 뜸을 놓거나 침을 찌르게 하였고, 일부 수강생들은 65세 이상 고령의 환자 등을 대상으로 뜸과 침을 놓게 하는 등 침뜸 시술행위를 하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침뜸 시술행위는 명백히 ‘의학의 전문적 지식을 기초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 또는 이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행위로서, 의학상의 기능과 지식을 가진 의료인이 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는 행위’인 ‘의료행위’라고 할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 ② 본 사건 행위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였는가?

  1. 이 사건 ◯◯◯연구원은 침·뜸에 관한 지식, 기술, 기능에 관하여 교육을 실시하는 교육기관이며, 이 사건 교육과정은 초급, 중급, 고급과정으로 구분되어 있고, (생략) 초급과정은 3개월에 55만원, 중급과정은 3개월에 65만원, 고급과정은 6개월에 120만원의 수강료를 책정하여 (피고인들이) 수령하였다. 또한, 각급 교육과정에는 실습시간이 모두 마련되어 있고, 그 실습에 따른 교육비도 각 과정의 수강료에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
  2. 피고인들은 위 수강생들을 상대로 실습시술 및 침 실습을 강의하였고, 수강생들은 조를 이루어 피고인들로부터 수강한 내용을 자신 또는 상대방에게 시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피고인들은 그 과정을 감독하였다.
  3. 피고인들은 강의의 대가로 수강료 중 일부를 급여 또는 비용 명목으로 수령하고, 관련 서적을 별도로 판매하였다.

인정사실에 의하면, 비록 피고인들이 수강생들을 상대로 침·뜸을 직접 시술하지 않고 수강생들이 자신 또는 상대방에게, 또는 65세 이상의 고령환자들에게 이를 시술한 후 환자들로부터 치료비를 수령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수강생들이 피고인들의 강의 내용에 따라 피고인들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시술하였다면 피고인들이 직접 시술한 것과 달리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시술행위와 관련하여 그 대가로 수강생들이 피고인들의 강의에 대한 수강료를 ◯◯◯연구원 측에 납부하고, 피고인들은 위 ◯◯◯연구원으로부터 급여 내지 강사료 또는 비용 명목으로 돈을 받은 이상 그 명목이 치료비가 아니라도 하더라도 영리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 자격기본법 위반

또한 피고인 김남수는 일련의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들을 상대로, 필기·실기시험 및 면접을 치르고 그 중 과목당 40점을 넘기고 평균 60점 이상을 획득한 1,694명에게 민간자격인 ‘뜸요법사’ 또는 ‘뜸요법사인증서’를 부여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흔적을 아직도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미지에서 볼 수 있는 '침뜸요법사 기출문제해설집'이 바로 그것입니다. 결국 피고인 김남수는 국민의 생명·건강에 관한 민간 자격을 신설하여 관리·운영한 것인데, 이같은 행위는 위료법이 아니라 자격기본법에서 엄격히 제한하는 행위입니다.

자격기본법 제4장 민간자격
제17조(민간자격의 신설 및 등록 등) ①국가외의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은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분야를 제외하고는 민간자격을 신설하여 관리ㆍ운영할 수 있다.
2. 국민의 생명ㆍ건강ㆍ안전 및 국방에 직결되는 분야

자격기본법 제5장 보칙
제39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1호의 경우 국가자격관련법령에 처벌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규정에 따른다.
1. 제17조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민간자격을 신설하거나 관리ㆍ운영하는 자

위와 같이 자격기본법에서 민간자격의 신설 및 관리·운영을 포괄적으로 허용하되 제한 분야를 규정한 취지는 자격기본법을 다룬 또다른 헌법재판소 판결문(헌법재판소 2010. 7. 29. 선고 2009헌바53,2010헌바252(병합) 전원재판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국가자격은 관리감독이 수월하고 신뢰도가 높고, 관리·운영의 주체가 분명하며, 그 관리·운영이 안정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장점이 있으나, 빠르게 변화해가는 사회적·경제적 환경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고,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요구되는 지식이나 기술과 괴리되어 현장성이 떨어지며, 학력과 자격 간의 연계성 및 선행체험학습의 평가인정과 자격 간의 연계성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시험방법 등의 변경에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민간자격은 사회적·경제적 환경변화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자격이 자유롭게 운영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관리감독이 어렵고 신뢰도가 낮으며, 관리·운영 주체의 관리·운영 능력이 떨어지고 체계적이지 못하고, 관계 법령상의 제도적 뒷받침도 미흡하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국민의 생명·건강에 직결되는 분야’에 관하여 민간자격을 신설·관리·운영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국가가 직접 ‘국민의 생명·건강에 직결되는 분야’에 관한 자격제도를 신설하고 철저하게 관리·운영함으로써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이행하고, 민간자격의 남발로 인한 국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입법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고, 또한 무분별한 민간자격의 난립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생명·건강상의 위해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므로, 위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된다 할 것이다.

■ 기타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 부분

또한, 피고인들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 및 보특법 제5조가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는 논리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아니한 방법 또는 무면허 의료행위자에 의한 약간의 부작용도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간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 ② 무면허 의료행위자 중에서 부작용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분하는 것은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③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 의한 의료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중대한 헌법적 법익인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헌법 제36조 제3항)를 이행하기 위하여 적합한 조치라는 점을 들어 합헌 판결(헌법재판소 2017. 11. 30. 선고 2017헌바217, 2017헌마857(병합)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기각되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법령 조항들은 하루아침에 얼렁뚱땅 만들어진 허술한 규정들이 아닙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보건의료 질의 향상을 위해 고안된 규정들이지요. 이번 판결만이 아니더라도 무자격자의 의료행위, 사이비(似而非) 등과 관련해서는 법과 제도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현재 사회로 배출되는 많은 의료인력은 기본적인 인체 생리와 병리 및 보건의료 체계와 각종 의료기술·술기를 국가로부터 인정받아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쉴 틈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 새삼스럽지만 많은 분들께서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위 글은 법학 전공자가 제공하는 전문 지식이 아닙니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은 변호사에게 의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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