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좌나 근육통으로 정형외과 의사의 진료로 침을 맞았다는 얘기가 이따금 들려옵니다. 찾아보니 IMS(IntraMuscular Stimulation)라는 이름의 술기가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와 같은 의료행위는 한의학과 양의학 면허 범위 사이에서 법적 분쟁에 돌입하였고, 2014년 9월에는 이와 관련해 대법원 판결문이 나왔습니다.
면허 범위와 관련한 분쟁은 비단 이번 건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이미 이와 관련한 의료법 조항 및 헌법재판소 판결 일부를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무면허 의료행위 ②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이번 글을 읽어보시기 전에 해당 포스트를 먼저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의료행위와 무면허 의료행위의 개념을 대략적으로라도 알고 있어야 판결문을 이해하기 수월합니다.
또, 이번 판결에서는 IMS라는 시술의 내용과 성격 자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데, 이는 판결문의 내용을 살펴보며 같이 이해하는 것으로 갈음하겠습니다.
정형외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는 2010년 05월 13일 목이 오른쪽으로 돌아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B를 진료용 침대에 눕히고, 이마에 15㎜ 침 20여대, 오른쪽 귀 밑에 30㎜ 침 2대, 양 손목에 각 2대씩 4대를 놓고 진료비를 받았으며, 같은 달 14, 15, 28일에도 동일한 치료를 시행하였습니다. 또한, 06월 02일에는 실버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환자 B의 아내인 환자 C가 낙상하여 손목 부위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위 환자 B의 치료비 마련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위 환자 C에게 요통 치료를 권유하여 허리 중앙 부위를 중심으로 약 10여대의 침을 놓은 후 치료비를 받았습니다.
의사(피고인) 측 주장
의사 측에서는 본인의 의료행위가 IMS 시술이라 주장하며, IMS 시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 IMS(Intramuscular Stimulation, 소위 ‘근육자극에 의한 신경근성 통증치료법’ 또는 ‘근육내자극치료’) 시술은 근육의 일정 부위에 침을 자입하여 신경반사를 일으켜 잘못된 신경의 정보전달 시스템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신경병성 초과민반응에 의한 근육의 단축과 이에 따른 근골격계의 만성통증을 근육 내 전침자극을 이용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 IMS 시술(근육내 자극치료)은 단축된 근육과 관련 조직 등을 자극함으로써 신경의 활성화를 도와 근육통증을 완화시키는 치료방법이다. IMS 시술은 plunger에 물리는 부분을 제외한 전체가 스테인레스로 제작되어 낱개로 포장된 일회용 침(상단 이미지 참조)을 유도기구인 plunger에 결합시켜 심부근육 내로 밀어 넣고, 해당 연부조직을 지배하는 신경근의 가지인 말초신경, 근육 내 신경근 접합부분이나 건근 접합부, 골건 접합부에 자입한 다음, 자입과 자출을 능동적으로 반복하거나 회전시키거나, 자입된 상태에서 전기나 자기장을 통해 자극함으로써 여러 가지 반사를 일으켜 통증을 제거하거나 완화시키는 시술방법이다.
IMS가 한의학의 침술 행위와는 별개의 양의학의 의료행위라 주장한 부분에서 제시된 근거가 상당히 독특한데, 같이 살펴보시겠습니다.
- 통상의 침술은 침을 경혈에 놓고 손으로 보사법 등의 조작을 가하여 시술하지만, IMS 시술은 이상이 있는 부위의 신경에 정확하게 위치시킨 다음 신경의 유착부위를 제거하거나 자극하는 추가적인 조작을 통하여 만성통증을 제거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한의사들이 시술하는 침은 보통 깊이 찌르지 않으나, IMS 시술의 경우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의 이상이 몸의 깊은 부위에 위치하기 때문에 4cm 이상 깊이 찌르게 된다.
- 침술은 경락이론 등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한 전통 한의학 이론에 따르고 있으나 IMS 시술은 신경의 경로와 신경생리 등 현대의학의 기초의학인 해부학과 생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언뜻 의사 측의 주장은 IMS와 침술의 차이점만을 기술하는 것처럼 보이나, 막상 따지고 보면 참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방 의료행위에 속하는 침술의 특징과 구체적인 치료 방법을 양의사 측에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현행 의료법령에는 의사, 한의사 등의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을 정의하거나 그 구분 기준을 제시한 규정이 없고, 앞으로도 이 부분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적기 때문에, 판례 한 건 한 건이 이후의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지니게 됩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의사 측 주장이 그대로 인용되는 경우 사실상 한의사가 시행하는 침술의 영역이 위 주장의 영역에까지 축소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이는 면허의 영역이 소송의 쟁점이라는 사실을 치밀하게 파고들었을 뿐 아니라, 이후에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모를 영역 분쟁에 대비한 변호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제가 직접 바로잡습니다.
의사 측에서 1) 침술에서의 자침(刺針) 깊이, 2) 자침 이후의 조작, 3) 침 치료의 기전에 대해 다루었는데, 각각의 모든 주장에 오류가 있습니다.
1) 의사 측에서는 ‘한의사들이 시술하는 침은 보통 깊이 찌르지 않으나’라고 주장하였으나, 실질적으로 시술 목적, 시술 부위의 해부학적 구조, 보사(補瀉) 의도 등 한의사의 재량에 따라 자침 깊이는 얕게는 1~3mm에서 깊게는 10cm 이상의 깊이까지도 가능합니다. 심지어 한의학에서는 침이 인체의 일부를 뚫고 나오는 투자(透刺)의 침법까지 존재합니다.
2) ① 자입과 자출을 능동적으로 반복(전통한의학에서의 제삽(提揷) 개념), ② 회전(전통한의학에서의 염전(捻轉) 개념), ③ 자입된 상태에서 전기나 자기장을 통해 자극하는 치료법을 IMS시술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처럼 주장하였으나, 이는 모두 한의학적 치료에 사용되는 기초적인 자극방법으로, 한의학에서 또한 자침 이후 위와 같은 자극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한의학적으로는 적외선 조사기를 사용한다거나, 자침된 침 위에 뜸을 올려 열을 가한다거나(溫鍼), 자침된 침을 직접적으로 가열해 자침 부위에 강한 열을 전달(火針)하는 등 보다 다양한 자극방법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3) 최근 침 치료(acupuncture)에 대한 신경생리학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SCI(E)급 저널에 침 치료의 효과와 기전 관련한 논문들이 게재되고 있습니다. 침술 역시 해부학, 생리학 이론을 근거로 하여 발전하고 있으므로 침술을 전통의학적 관점만으로 해석하여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전인수 격입니다.
한의사 측 주장
반면 한의사 측 주장은 간결합니다. IMS 시술은 침 치료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내용입니다. 주장에 대한 별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 IMS 시술을 함에 있어 침을 자입하는 부위가 한의학 아시혈의 협의 개념과 일치한다.
- IMS 시술에서 이학적 검사란 촉진이 주가 되므로 한의학에서 침술을 위한 검사보다 세밀하지도 넓지도 않다.
- IMS 시술에서 근육, 신경, 근건에의 자침 깊이는 한의학의 경근 질환의 자침 심도와 일치한다.
- IMS 시술은 한의학 침요법의 가장 초보적인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1심·2심 판단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이뤄진 1심과 2심에서는 의사 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판단의 내용 대부분이 의사 측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기 때문에 당시 파장이 매우 컸습니다. 구체적인 판단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1심
- 피고인 의사 A는 수차례에 걸친 IMS 시술에 대한 수강 및 다년간의 임상치료를 통해 IMS 시술에 대해 상당히 많은 임상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 의사 A는 (IMS 이론에 근거하여) 환자들에게 문진, 촉진 등 이학적 검사를 하였고, IMS 시술용 침과 plunger를 이용하였으며 통증유발점인 근육부위에 깊숙이 침을 삽입하였다. 해당 과정을 마친 후 진통제, 근이완제, 황산화제를 섞은 약물을 주사하였고(이같은 약물주사요법은 한방침술행위에서는 상정하기 어렵다), 환부에 핫팩, 저준위레이저, 초음파 치료를 하는 시술을 하였는데 이는 일반적인 IMS 시술 과정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 단, 전기적 자극은 IMS 시술의 보조적 수단에 불과하여 전기적 자극 시술여부는 IMS 시술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아니다.
- 적외선조사기는 물리치료에 사용하는 보조적인 일반 의료기기로써 보온효과와 열 치료를 겸하는 작용을 하는데, 이와 같은 적외선조사기의 사용을 한방치료행위의 근거로 볼 수는 없다.
- 피고인 의사 A는, 한의학적 이론이나 경혈이론을 전혀 알지 못하고 한방침술행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IMS 시술의 원리와 방법에 따라 이 사건 시술행위를 한 것인 바, 의료행위의 구분은 사용한 기구(침, 주사기, 의료기기 등)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적 원리와 배경 그리고 그 구체적 치료방법의 차이에 따라 구분함이 합리적이다.
2심
- 두통을 치료하기 위하여 머리 근육인 전두근 부위에 있는 신경섬유에 시행하는 자침도 IMS의 시술방법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개념은 시대적, 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유동적인 개념이고, 첨단과학기술의 발전과 학문간 융합으로 의료기술과 한방의료기술이 진일보하는 시대에 의사와 한의사간 업무범위의 해석을 너무 엄격하게 할 경우 오히려 의료기술과 한방의료기술의 발전을 막게 되고 국민건강권의 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
뒤집힌 3심
의외로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문은 아주 간단명료합니다. 판결문 내용을 그대로 가져와보겠습니다.
1·2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의사 A는 당시 환자 B의 이마에 20여 대, 오른쪽 귀 밑에 2대, 양 손목에 2대씩 4대의 침을, 환자 C의 허리 중앙 부위를 중심으로 10여 대의 침을 놓는 등 한 부위에 여러 대의 침을 놓았고, 그 침도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침과 다를 바 없었던 점, 침을 놓은 부위가 대체로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시술하는 부위인 경혈, 경외기혈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깊숙이 침을 삽입할 수 없는 이마 등도 그 부위에 포함되어 있었던 점 등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많다.
따라서 1심과 2심에서 제시된 대부분의 근거와 판단 기준들이 뒤집히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직접 읽어보셨듯 판결문을 직접 읽어보면 의사 측의 주장과 근거가 매우 길고 자세히 서술된 데 반해 한의사 측의 주장과 근거는 매우 빈약하고 짧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위와 같은 판결을 내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생각 이상으로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의 판결문 내용을 보다 자세히 뜯어보겠습니다.
- 의료행위 구분 기준 : 의료행위에서 '사용한 기구'는 구분 기준으로 타당하다고 인정하였습니다. 1심에서는 '의료행위의 구분은 사용한 기구(침, 주사기, 의료기기 등)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시하였는데, 3심에서 밝힌 '그 침도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침과 다를 바 없었던 점'의 내용은 1심 판결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내용입니다.
- 기반한 학문에 따른 구분 : 1심과 2심에서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학문적 근거를 들어 IMS 시술이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나(해당 내용은 관련 판결문에 너무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라서 생략하였습니다.), 대법원에서는 학문적 기반에 대한 언급 없이 구체적인 자침 부위만을 살폈습니다.
- 자침과 같이 이루어진 이학적 검사와 약물주사요법 및 핫팩, 저준위레이저, 초음파 치료 등의 시술이 사실상 자침 행위와 상관 없는 별개의 의료행위로 취급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의사 측에서 ‘IMS용 일회용 침’이 따로 개발되었다는 주장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침도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침과 다를 바 없었던 점”임을 판시하며 별도로 개발된 'IMS용 일회용 침‘을 사용하는 것이 한방의료행위에 속함을 판시하였다는 점입니다. 이는 사실상 IMS 시술 자체가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함을 나타내는 문구라 해석하는 편이 타당합니다.
IMS 시술 관련하여 본 판례를 제외한 다른 판례들을 살펴보면, 대개 침을 놓은 부위가 대체로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시술하는 부위인 경혈에 해당한다는 점을 주요한 판단 근거로 삼고 있는데, 본 판결은 시술 부위와 관계없이 양의사가 침을 치료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판시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사실 2020년 현재는 IMS 시술과 관련된 판결 외에 한의사의 IPL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한 판결 등 면허 범위를 분명히 밝힌 판결문이 꽤 많이 나온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사가 양방 의료행위를 시행한다거나 양의사가 한방 의료행위를 시행하는 등의 문제가 끊이질 않는 것은, 어쩌면 2심에서 밝힌대로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개념이 시대적, 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유동적인 개념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언젠가 말끔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일지요?…
위 글은 법학 전공자가 제공하는 전문 지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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