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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면접 후 성추행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해당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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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A군은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구인 광고를 확인하고 업주 B에게 연락하였습니다. 업주 B는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에 A의 연락을 받았고, A를 술집으로 불러 아르바이트 인력 채용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A와 B는 자정까지 술을 마시다가 헤어졌는데, 업주 B는 헤어진 직후에 A에게 '자신의 집에 와서 자고 가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A군이 집에 가야한다고 하자 A군이 집에 가면 마치 아르바이트 채용을 하지 않을 것처럼 행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피고인의 집으로 오게 하였습니다.

이후 업주 B는 자신의 집에서 A군을 자신의 침대에 누우라고 한 후 침대에 누운 A군의 성기를 손으로 만지고, A군에게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A군이 업주 B에게 "알바 시켜줄 거 맞아요?"라고 물었고, 업주 B가 "알바하고 싶나?"라고 되묻자, A군이 "예"라고 대답하였고, 업주 B는 "그러면 해라."라고 말했습니다. A군이 더 이상 업주 B의 요구에 따른 행위를 할 수 없다고 하자, 업주 B는 A군에게 집에서 나가라고 하였고, A군이 업주 B의 집을 나가자 A군에게 앞으로 볼일 없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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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약칭: 성폭력처벌법)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① 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10. 16.>


[판례] 대법원 2020. 7. 9. 선고 2020도5646 판결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공2020상,1630]

☞ 채용 사실이 없다?

A군 측에서는 업주 B의 행위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A군은 고용을 위해 업주 B에 연락을 취하였으며, 업주 B는 채용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업주 B는 아래 두 가지 주장을 펼쳤습니다.

  1. 최종적인 채용결정을 하지 않고 헤어진 이상 피해자는 '업무 ·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이 아니다.
  2. 피고인의 집으로 오지 않으면 아르바이트 채용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카카오톡을 보낸 것만으로는 피해자의 성적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이라고 보기 어렵다.

즉, 추행을 했을 지언정 '업무 상의 위력을 행사한' 추행은 아니라는 것이 업주 B의 입장입니다.

업주 B의 무죄를 선고한 1심, 그리고 뒤집힌 2심

창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에서 피고인 업주 B가 공소사실에 기재된 위력을 행사할 때까지 아르바이트 채용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더 나아가 아르바이트 채용과 관련된 대화도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결국 영향력 행사의 전제가 되는 기본적인 법률관계의 성립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업주 B의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는 1심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의 성립 여부를 성급히 판단했기 때문인 것입니다. 판결문에 제시된 몇 가지 요소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의 성립 여부의 판단

직장의 내규 등에 의한 직제상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관계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직장 내에서 실질적으로 업무나 고용관계 등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도 포함되고, 사실상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상황에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대법원 1976. 2. 10. 선고 74도1519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도8135 판결 등 참조)

(2) '위력'이란 무엇인가?

  •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한다.
  •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 · 협박뿐 아니라 사회적 · 경제적 · 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 위력행위 자체가 추행행위라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고, 이 경우에 있어서의 위력은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될 것임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

(3) '추행'의 정확한 정의

  •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는 개인의 성적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것이므로 결국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인의 성적 자유가 현저히 침해되고, 또한 일반인의 입장에서 보아도 추행행위라고 평가될 경우에 한정하여야 한다.
  •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 · 흥분 · 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6. 1. 13. 선고 2005도6791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도5856 판결 등 참조).

또한, 판결문에서는 A군이 위 사건의 피해자가 되기까지 업주 B가 실질적으로 위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동기 또한 판시하였습니다. A군은 이 사건 이전에는 아르바이트 인력 채용에 지원해 본 적이 없고, 이 사건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워 피고인의 편의점에 아르바이트 인력으로 채용되는 것이 절박한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술집에서 A군의 사정을 듣고 업주 B는 나쁜 마음을 먹고 A군을 추행한 것이지요.


이후 업주 B는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및 80시간의 사회봉사와 아동 · 청소년 관련기관 등 및 장애인복지시설에 각 3년간 취업제한을 선고한 2심의 판결이 지나치게 중하다며 상고심을 제기하였으나 기각되었습니다.

2019년 2월에 사건이 발생하였고, 3심 판결이 2020년 7월에 나왔습니다. 사건 당시 A군이 18세였으니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소송에 할애해야 했다고 보아야 할 겁니다. 기나긴 법정 다툼은 피해자에게 또다른 상처가 되지는 않았을지요.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사건은 정말 사회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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