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2018년 0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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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디스크 환자 41세 여환이 한방병원에 내원하였습니다. 진료부장 한의사는 봉침 시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고, 환자에게 봉침 시술 경험이 있는지 확인하였습니다. 환자가 이미 여러 차례 봉침 시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하자, 한의사는 봉침 시술을 받은 후 피부 소양감, 발적 등의 부작용 및 ‘특이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 후 봉침 시술을 진행(0.1cc씩 4회 경항부)하였습니다. 시술 약 10분 후부터 환자는 속쓰림, 구토, 전신 부종 및 전신 소양감, 호흡 곤란 등 봉침 부작용을 호소하며 간호사를 불렀고, 한의사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설명한 후 항히스타민 주사를 처치하였습니다. 하지만 상태는 점점 심해졌고, 결국 아나필락시스 쇼크 상태의 환자는 건대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1심 : 아나필락시스, 그리고 700만원 벌금형
1심은, 피고인(한의사)은 본인에게 초진이었던 위 환자에게 봉독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봉침 부작용 관련한 충분한 사전 설명도 없이 봉침시술을 시행한 것은 업무상 과실이며, 이로 인해 피해자로 하여금 시술 약 10분 후 구토, 발진, 협심증을 일으키게 하는 등 아나팔락시스 쇼크를 발생케 하여 약 3년 이상의 벌독에 대한 지속적 면역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취지로 담당 한의사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였습니다.
이렇게 판결이 확정된다면 환자가 한의사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으로 돌입하는 수순이 확실해보이는 국면에서…
피고인(한의사) 측에서 항소를 진행하였고, 항소 요지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아나필락시스 쇼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특이 반응’을 포함한 봉침 부작용 가능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하였다.
- 이미 봉침 시술 경험이 있는 환자를 상대로 스킨 테스트 겸 치료를 함께 진행하였으며,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의학적으로 예상이 거의 불가능하다.
- 환자가 받고 있는 면역 치료는 상해에 의한 것이 아닌, 환자의 체질적인 문제다.
봉침 부작용? 2심 판단의 변화
그리고 한의사 측 주장을 반영한 2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환자는 피고 한의사로부터 봉침 시술을 받기 전에 해당 한방병원의 다른 한의사에게 이미 스킨 테스트 및 봉독침 시술을 받은 적이 있을 뿐 아니라, 지인을 통해 생벌침을 맞은 경험도 있다.
-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용량의존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사전 예측도 거의 불가능하다. 스킨 테스트 음성이라 해도 봉침 시술 과정에서 쇼크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 스킨 테스트를 위한 봉독액 주사로도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 벌독 알레르기는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 결론 : 한의사가 봉침 부작용 관련하여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고 스킨 테스트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지만, 부작용을 자세히 설명했고 스킨 테스트를 진행했다 하더라도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예견 또는 회피할 수 없었으므로 한의사는 무죄다. 벌독 면역 치료 역시 피해자의 체질로 보일 뿐 한의사의 봉침 시술로 인한 상해로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
결국 위 사건은 3심까지 진행되었는데요, 대법원의 판단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아래에 요약 있음)
-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였고 결과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하고, 과실의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여야 하며, 여기에는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되어야 하고, 이러한 법리는 한의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한의사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문진하여 과거 봉침을 맞고도 별다른 이상반응이 없었다는 답변을 듣고 알레르기 반응검사(skin test)를 생략한 채 환부인 목 부위에 봉침시술을 하였는데, 피해자가 위 시술 직후 아나필락시 쇼크반응을 나타내는 등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피고인에게 과거 알레르기 반응검사 및 약 12일 전 봉침시술에서도 이상반응이 없었던 피해자를 상대로 다시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설령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제반 사정에 비추어 알레르기 반응검사를 하지 않은 과실과 피해자의 상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하여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과실로 인한 형사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상해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의 잘못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이는 한의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 판단 요약 :
아나필락시스는 사실상 예견·회피가 불가능하며, 이미 봉독침 시술을 수 차례 받아본 환자에 대해 한의사가 다시 스킨 테스트를 진행해야 할 의무도 없고, 한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했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상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한의사는 무죄다.
의료인의 설명 의무와 주의 의무, 인과관계 판단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판결문이었습니다. 1년 반 넘게 진행된 재판으로 아나필락시스와 한의사의 법적 책임에 대한 판결이 확정되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본 재판에서 한의사가 사용한 항히스타민 주사와 관련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항히스타민 주사는 모두 전문의약품인데 말입니다. 다음에도 꿀잼 판례로 돌아오겠습니다.
위 글은 법학 전공자가 제공하는 전문 지식이 아닙니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은 변호사에게 의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