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 2018년 04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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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한 중년의 남성 환자가 내원하였습니다. 평소 성 생활이 곤란하다며 환자가 처방을 요청한 약은 바로 ‘비아그라’였습니다. 의사는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아그라’의 주성분인 실데나필의 물질 특허가 만료됨에 따라 의사가 처방 내릴 수 있는 복제약의 종류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오르맥스, 스그라, 누리그라, 또… 약 참 많기도 하다… 뭐가 좋을까…’ 어차피 약의 성분은 대동소이하므로, 의사는 얼마 전 본인에게 찾아와 비싼 술과 안주를 대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준 A 제약회사 직원을 떠올립니다. ‘짜아식! 싹싹하게 잘 하던데.’ 또다른 B 제약회사 직원이 찾아와 선물한 고급 한우 세트도 떠오릅니다. ‘짜아식! 씩씩하게 잘 하던데.’ 그리고 의사는 A 제약회사의 제품을 골라 처방했습니다. 이 의사가 A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 를 받은 건 명백한데, B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 위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사례입니다. 실제 인물, 단체,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약품 채택·처방유도·거래유지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의 수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는 ‘판매촉진을 목적’ 여부를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의사 이외에도 제공자와 수령자의 관계, 주고받은 경제적 가치의 크기와 종류, 금품 등을 주고받은 경위와 시기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위의 예시 상황을 떠올려보면, 여전히 A 제약회사의 뇌물을 받아 A 제약회사 제품을 우선적으로 처방하는 사례가 위법이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겠으나, 의사가 B 제약회사 제품을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리베이트가 성립이 되는지 여부는 잘 판단이 서지 않네요.
리베이트 관련 법률 개정 취지까지 판결에 반영
위 상황에는 드러나지 않은 법리적인 힌트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구 의료법에서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이라고 정해졌던 문구가, 최근 ‘의약품 채택·처방유도·거래유지 등 판매촉진‘의 내용으로 개정되었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습니다. “2015. 12. 29. 개정된 의료법에서 ’거래유지‘라는 문언을 추가한 것은 ’판매촉진‘의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즉, 위 사례는 의약품 채택·처방유도 등 판매촉진을 위한 목적으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을 받은 것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기회는 평등하며,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법 조문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에 대한 형량을 늘리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의 법안이 발의될 때 의사협회는 ‘과거부터 관행처럼 내려온 행위’, ‘정부의 낮은 의료수가 정책으로 인해…’와 같은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의사를 중범죄자 취급하지 말라”는 의사협회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을 적극 처벌하여 정의로운 의료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위 글은 법학 전공자가 제공하는 전문 지식이 아닙니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은 변호사에게 의뢰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