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포티파이(Spotify)가 드디어 국내에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는 벅스를 선택했을 때에도 해외 음원의 공급이 국내 유통사 중 가장 원활하다는 점이 가장 큰 선택의 이유였기 때문에, 이번 스포티파이의 국내 출시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그동안의 벅스 사용 경험
그동안 벅스를 사용해온 것은, 다양하게 제공되는 음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다소 마이너하게 다뤄지는 일렉트로니카, 다소 생소한 아티스트의 팝 음악도 끊임없이 업데이트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2014년 발매된 Nitro Fun의 'Cheat Codes'를 아직도 좋아하는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니, 멜론에선 이 곡을 찾아볼 수 없다. 새로 나오는 곡·앨범이 업데이트되는 속도도 벅스가 가장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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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2C 지니 앨범 검색 결과 | ▲ C2C 멜론 앨범 검색 결과 | ▲ C2C 벅스 앨범 검색 결과 |
매니아 층에 어필하기 위한 고음질(FLAC 등) 음원 서비스라든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즈음 보여주는 '내가 한 해 좋아했던 음악', 뮤직4U 기능과 다양한 PD들이 엄선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해주는 기능 또한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던 기능이다.
그러나 기기 간 연동성이 좋지 못하고, 뜬금없이 유명 아티스트의 음악이 더이상 재생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이어졌다. 재생만 못하면 다행인데, 아예 앨범 정보나 아티스트 정보가 증발해버리는 경우도 있어 내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했다. 최근에는 계약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인지 음원의 양으로 승부한다는 얘기도 옛말이 되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Olly Murs의 앨범은 계약이 만료된 채 방치되고 있고, Foley의 음원은 앨범 정보까지 숭덩 잘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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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이상 서비스되지 않는 앨범 'Never Been Better'. 수록곡은 'Did You Miss Me?', 'Up' 등이 있다. | ▲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비스되던 'On My Conscience' 앨범이 통째로 잘려나갔다. 수록곡은 'Cola', 'Party Shit/Misbehaving' 등. |
한 곡이 싱글과 앨범으로 중복되어 발매되는 경우에도 정상적으로 재생되던 음원이 재생 불가 음원이 되는 경우가 흔했다. 이 때마다 일일이 다시 검색해서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주어야 했는데, 이건 정말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다. C2C의 'Delta' 같은 경우 계약이 만료되어 재생 불가 음원으로 바뀌었다가, 해결되었는지 언젠가부터 플레이리스트에서 정상 재생되기도 하였지만 이런 경우도 귀찮기는 매한가지다.
PC와 모바일에서 벅스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 플레이리스트가 따로 만들어진다. 이를 통합하기 위해 '내 앨범'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내 앨범'에 최대한 저장되는 곡 수는 300곡이다. 나는 항상 플레이리스트를 랜덤으로 재생하면서 기분에 맞는 곡이 나올 때까지 곡을 스킵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리스트가 적을 때는 500곡, 많을 때는 800곡 가까이 된다. 이걸 매번 300곡씩 끊어 저장하고 불러오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심지어 리스트에서 곡을 선택할 때도 300곡씩 잘라 선택하는 기능이 없어서 300개의 곡을 일일이 스크롤을 내리며 터치해야 한다. 벅스 이전에 사용했던 지니는 몇 번의 터치만으로 플레이리스트가 동기화되었었다.
스포티파이로 갈아타다
지난 13일 새벽, 스포티파이를 써보기로 결심하고 3개월 무료 프리미엄을 신청했는데, 음원을 차치하고 플레이어의 문제가 너무 심각했다. 윈도우에서 실행되는 데스크탑 앱이 국내에는 없고, 웹 플레이어로는 한 트랙의 재생 버튼을 누르면 대여섯 칸 아래의 곡까지 건너뛰며 재생된다든가, 모든 음원이 00:09까지밖에 재생되지 않는다든가 하는 문제가 있었다.
크게 실망하고 해지 예약을 걸어둔 뒤에 모바일로도 사용해보았는데, 모바일 사용 경험은 나쁘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위젯이 정말 촌스럽기 짝이 없는 디자인이라는 점, '최근 앱 보기' 창에서 '모두 닫기' 버튼을 누르면 재생되던 음악까지 멈춘다는 점 두 가지가 불편했다.
다행히 24시간이 채 되지 않아 웹 플레이어의 오류가 수정되었다. 재생 버튼을 누른 트랙이 정상적으로 재생되고, 00:09에서 재생이 끊기지도 않았다. 안드로이드에서는 촌스러운 디자인 대신 원하는 디자인을 고를 수 있는 '오디오 위젯 팩'을 설치했고, '모두 닫기'를 누를 때 음악 재생이 끊기지 않도록 '최근 앱에 열어두기'를 체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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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최근 앱 보기 창에서 앱 아이콘을 길게 누른다. | ② 메뉴 중 '최근 앱에 열어두기'를 누른다. | ③ 하단의 알림 메시지를 확인한다. 앱 화면 우측 하단의 자물쇠 모양을 확인한다. |
오디오 위젯 팩에서 마음에 드는 위젯을 골라 적용하니 이렇게 깔끔한 홈 화면이 완성되었다. 벅스를 쓰던 때와 비교해보아도 크게 손색이 없다. 본인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면, 다른 위젯 팩을 사용해도 된다. 자기 입맛에 맞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것이 안드로이드의 가장 큰 장점이니까 말이다.
2016년에 VPN을 이용해 잠깐 써보았을 때도 정갈하게 만들어지는 플레이리스트에 감탄사를 연발했는데, 이번에도 스포티파이는 깔끔하다. 그동안 달라진 나의 선곡 취향을 반영하느라 알고리즘이 꽤나 바빠보이는데, 그 와중에도 특정 곡을 선택해 추천곡을 재생하는 '라디오' 기능은 아주 깨알같이 선곡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음원의 양이 국내 서비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bandcamp, spotify에서만 접할 수 있는 인디 뮤지션들이 있기 때문이다. 벅스를 이용할 때는 she의 앨범을 따로 결제하고, 음원을 PC에서 다운로드받은 다음 클라우드를 거쳐 휴대폰으로 옮기고, 이 파일들을 다시 벅스 플레이어에 추가하는 수고가 필요했다. 이젠 검색창에 'coloris'를 검색하면 she의 음악이 나온다. 이게 바로 규모의 차이에서 나오는 '힘의 차이'가 아닐까.
기기 간의 연동성도 매우 훌륭하다. 나는 사실상 '좋아요'를 눌러 메인 플레이리스트를 짜는데, '좋아요 표시한 곡'은 어떤 기기에서건 바로 업데이트가 되기 때문에 굳이 기기별로 플레이리스트를 따로 관리하거나 동기화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심지어 데스크탑에서 음악을 재생해두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는 '디바이스에 연결하기' 기능이 자동으로 활성화되어 스마트폰을 마치 리모컨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물량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출시 초기 카카오M과의 저작권 협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국내 음원 서비스에 대한 얘기가 많았지만, 갈등이 해결되고 다시 계약이 이루어져 음원이 원활히 서비스되는 지금은 걱정할 것이 없다. 플레이리스트를 벅스에서 스포티파이로 옮기며 곡이 없었던 적이 없다. 물론 취향이 매우 마이너하거나 192kbps·320kbps·FLAC을 모두 구분하며 듣는 전문가라면 스포티파이는 썩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가 아무리 방대하다 해도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음원이 팝에 편중되어있다는 식의 평가를 받기도 하고, 음질은 192kbps가 최고 옵션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음원을 차트 위주로 듣고, 팝도 겸해서 듣는 정도라면 또한 스포티파이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개인 기준 매월 10,900원, 듀오 사용 시 매월 16,350원이라는 요금제 가격은 국내 서비스 대비 메리트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게 VAT 별도 가격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신선한 곡을 찾아 유튜브를 헤엄치며 많은 PD들의 플레이리스트를 헤엄치는 사람이라면, 스포티파이의 곡 추천 서비스를 한 번 쯤 이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6월 초까지는 프리미엄(Premium) 3개월 무료 체험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처럼 Freemium 서비스를 통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는 이 정도 서비스라면 월 정기 구독의 가치를 충분히 다할수 있다고 생각해서 스포티파이로 갈아타게 되었다. 이젠 인디 아티스트들의 음원을 따로 구입할 필요도 없어졌으니 그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