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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 Notes/Gleanings: 알아가기

루브찬스키의 '평범한' 삼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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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종이와 펜을 꺼내 삼각형을 그려보자. 그리고 그 삼각형의 이름을 소리내어 말해보면, 꽤나 많은 경우에 우리는 그 임의의 삼각형의 이름을 댈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등변 삼각형'이라든지, '직각 삼각형' 같은 식으로 말이다.

이를 자크 루브찬스키(Jacques Lubczanski)라는 학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범한' 삼각형을 만들고자 한 가지 방법을 고안해냈는데, 먼저 정삼각형을 그린 후, 절반을 떼어내고 그 자리를 새로운 직각이등변삼각형으로 교체하는 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삼각형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예각 삼각형' 정도가 있겠지만, 다행히 삼각형은 일반적으로 예각/직각/둔각 삼각형 중 하나이므로 이는 '이름'이라기보다 일종의 분류 정도로 이해하고 적당히 넘어갈만 할 것이다.

이렇게 '평범한' 삼각형을 찾아낸 후 드는 생각이 몇 가지 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론적으로 알게 된 이 삼각형을 막상 쓱쓱 종이에 그려보면 일반적인 이등변 삼각형과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아 정말 평범한가 싶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수없이 많은 삼각형들 중에서 평범함을 찾는 것이 의외로 어려운 일이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그간 평범했던 삼각형마저 '평범'하다는 이름이 붙으며 더이상 평범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네 번째는, 사실 이 삼각형의 세 내각의 크기는 각각 45 ˚. 60 ˚, 75 ˚로 '부등변 삼각형'이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긴 하다는 점이다.

어릴 적 EBS에서 수학 강의를 듣던 중 민정범 선생님께서 잠깐 언급해주신 내용인데, 커서도 잘 잊히지가 않고 별 맥락 없이 문득 문득 떠오를 때가 있는 얘기다. 정말 이 삼각형이 평범한지 여부를 두고 열띤 토론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길거리의 수많은 사람들과 그들 각자의 특별함, 그리고 그 사이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평범함과 비슷한 얘기 정도로 듣고나면 꽤나 재미있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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