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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法)이 보는 의료/판례로 보는 LAW-HANI

분명 일반 식품인데, 지병을 낫게 해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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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방'이라는 단어, 잊을만 하면 뉴스에서 접하게 되는 단어입니다. 대개 다단계 사업이 불법적으로 운영되며 취하는 영업 방식 중 하나인데, 여기저기 이동하며 영업하는 가설 형태의 상점을 칭합니다. 불법 영업이 경찰 단속에 걸릴 것 같으면 빠르게 매장을 접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다시 매장을 여는 식인데, 매장을 열면 '(여기에) 떴다'는 식으로 불리기 때문에 '떴다방'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최근에는 부동산 관련해서도 '떴다방'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나, 오늘 살펴볼 사건은 아주 전형적인 형태의 '떴다방' 건으로, 진료실에서 언제든 이러한 불법 영업의 피해자를 만날 때를 대비하자는 의미에서 살펴보려 합니다.

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6도6329 판결 [식품위생법위반, 약사법위반, 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률위반] [공2019상,223]

사건은 충남 금산군에서 2015년 8월부터 2개월에 걸쳐 일어났습니다. 업주 A는 미리 신고해둔 상호 ‘'를 이용해 떴다방을 운영하기로 마음 먹고, 인근의 주식회사 Z에서 제조한 일반식품 '천년황칠'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사들였습니다. 그리고 위 ‘'에 홍보관을 설치한 후, 무료 관광을 빙자해 전국 각지로부터 모집한 불특정 노인들을 상대로 위 '천년황칠'의 효능을 과장하여 고가로 판매하였습니다. 그 가격 차이를 보면, '천년황칠' 30ml 90포의 도매가는 38,000원이었는데 판매가는 350,000원이었습니다. 멀쩡한 상품이 업주 A의 손을 거치며 순식간에 가격이 9배 이상 뛴 것입니다.

이같이 사기에 가까운 떴다방 영업을 위해서는 일손이 필요했습니다. 가이드 B는 '천년황칠' 판매액의 일정 부분을 배분받기로 업주 A와 계약을 체결한 뒤, 무료 관광을 미끼로 노인들을 모집하여 ' 홍보관까지 데려가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홍보강사 C는 모집된 노인들을 상대로 '천년황칠'의 효능·효과에 대해 강의하며 마치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역할을 맡았고, 판매도우미 D와 E는 홍보강사 C의 강의 내용을 더욱 부풀리고 과장해 제품을 구매하도록 부추기는 도우미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들이 공모하여 약 2개월 간 판매한 '천년황칠'의 총 판매액은 합계 1억 1483만 원 상당입니다. 

위 내용과 관련된 법 조항은 하나가 아닙니다. 식품위생법과 약사법, 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률이 관련되어 있고, 식품위생법은 두 가지 조항이 같이 얽혀 있습니다. 게다가 공동정범까지 성립하므로 개별 주체의 형을 따지고 들어가면 정말 많이 복잡합니다. 일단 범죄의 경합관계에 대해서 알아야 하고, 양형의 기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데 위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이 모든 내용을 이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므로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컴팩트하게 다루어보고자 합니다.

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계 있는 법 조항

식품위생법 제4장 표시
제13조(허위표시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식품등의 명칭ㆍ제조방법, 품질ㆍ영양 표시, 유전자변형식품등 및 식품이력추적관리 표시에 관하여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허위ㆍ과대ㆍ비방의 표시ㆍ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후략)
1.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능ㆍ효과가 있거나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ㆍ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ㆍ광고
약사법 제2절 의약품의 취급
제61조(판매 등의 금지) ② 누구든지 의약품이 아닌 것을 용기ㆍ포장 또는 첨부 문서에 의학적 효능ㆍ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 표시를 하거나 이와 같은 내용의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이와 같은 의약품과 유사하게 표시되거나 광고된 것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저장 또는 진열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 두 가지 법 조항은 공통적으로 비(非)의약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도록 하는 일반 식품 광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영양학적으로 모든 식품은 체내에서 일종의 '효과'를 가지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것이 질병의 예방·치료와 연관된다는 식의 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많은 식품도 '풍부한 식이섬유', '유산균 함유'와 같은 표기를 할 뿐, 특정 질환을 언급한다거나 치료 효과를 내세우지 않습니다.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은 한약과 식품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제품들입니다. 한약의 원료인 많은 '식약공용한약재'들이 식품과 의약품용으로 구분되어 유통되고 있긴 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원료의 가공을 마친 완제품 간의 차이를 직접 체감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한약과 같은 질병 예방·치료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천년황칠' 역시 같은 경우입니다.

식약공용한약재, 한약이 아니다

같은 한약재라 할지라도, 의약품용으로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한약재와 식품으로 시장에 유통되는 한약재는 품질이 다릅니다. 품질이 다른 정도면 다행인데, 식품용 한약재는 시장에 가품(假品)이나 위조품(僞造品)이 유통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에는 '백수오 파동'이 있었는데, '백수오(白首烏)' 제품에 '이엽우피소(異葉牛皮消)'가 혼입되어 시장에 유통된 경우입니다. 일반식품 및 건강기능식품 207건 중 공정 상 이엽우피소 함유 여부를 판정할 수 없는 것이 157건(75.8%), 이엽우피소 함유가 확인된 것이 40건(19.3%), 이엽우피소가 없음이 확인된 것이 고작 10건(4.8%)일 정도였으므로 이 시기에 갱년기 증상 완화를 위해 백수오 제품을 구매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간독성, 구토, 경련, 호흡곤란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엽우피소의 부작용 가능성에 그대로 노출되어버린 것입니다. 

단순히 한약재의 유통 과정에 이같은 오류가 있는 정도라면 피해의 정도가 크지 않을 수 있겠지만, 완제품을 한약과 헷갈릴 수 있도록 홍보·광고한다면 또 얘기가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알려진 경옥고(瓊玉膏), 공진단(拱辰丹)과 유사한 이름을 만들어 광고 모델까지 한의사를 기용한다면 속지 않을 소비자가 누가 있을까요. 최근에는 한 한의사가 직접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해 이같은 불법 영업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경우까지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료기관에서 직접 처방받은 것이 아니라면 절대 한약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시 돌아와 판결을 살펴보면

결국 관계자들은 모두 징역형 및 집행유예 형을 받았습니다. 특히 업주 A와 홍보강사 C는 1년 내외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대법원 판결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부정 이득에 대한 추징 역시 이루어졌습니다. 다른 많은 사건들은 필요한 경우엔 판결문을 자세히 읽어보시길 권해드리는 편이지만, 이번 판결은 사실 관계나 법 조항의 적용에 대한 시시비비보다 법 조항 간의 경합 관계나 공동정범에 초점이 맞춰진 데다 관련한 주요 법 조항(식품위생법)이 개정 과정에서 삭제되었기 때문에 형법을 공부하는 분이 아니라면 굳이 판결문 전문을 읽어보실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진료실에서 일반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과 한약을 혼동하는 분들을 마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보니 굳이 가져온 판결입니다.

항상 질병의 예방과 치료, 건강 증진을 위해서는 국가에서 공인한 면허를 가진 전문 의료인의 지식을 신뢰하는 편을 추천드립니다. 일부 운동 선수가 체력 관리를 위해 속칭 '개소주'를 섭취한 후, '한약 때문에 도핑 테스트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경우까지 있었기 때문에 식약공용한약재와 관련하여서는 의료인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환자가 '한약'의 부작용을 주장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정확히 의료인의 처방에 따른 '한약'인지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위 글은 법학 전공자가 제공하는 전문 지식이 아닙니다.
전문적인 법률 지식은 변호사에게 의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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