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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의학 이야기/의학과 기술, Hi-tech

[Hi-tech] 갤럭시 워치 4, 어떻게 바늘 없이 혈당을 측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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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출시될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 4, 출시를 앞두고 슬슬 몇 가지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전작에서는 혈압과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었는데, 이번 갤럭시 워치 4는 혈당 측정 기능을 탑재한다고 합니다.

보통 혈당 측정이라고 하면 자가 혈당 측정기와 시험지를 준비해두고, 시점을 조절해 손 끝에 약간을 피를 내어 시험지에 혈액을 묻힌 후, 이 시험지를 측정기에 꽂아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침습(侵襲)적인 과정을 건너뛰어 스마트 워치를 차는 것만으로 혈당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검색해보니 '비침습 혈당 수치 판독' 기능이라 알려진 이 기능은 라만 분광법에 기반을 두어 비침습적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1이라는 짧은 설명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구체적인 원리가 궁금해졌습니다.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이란?

먼저 라만 효과(Raman effect)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라만 효과란, 레이저광 등 강력한 단색의 여기광(勵起光)을 쬐었을 때 분자의 진동수만큼의 차이가 있는 산란광이 생기는 현상입니다. '여기광이 무엇인지' 같은 질문은 제쳐두고, 쉽게 말해 일종의 레이저를 쏘아보낸 후, 산란되어 나온 빛을 측정하여 그 사이에 있는 물질의 구성을 분석하는 기법이라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 분석법은 용액 속의 특정 물질을 구별해내고자 할 때에도 쓰이는데, 예를 들어 약물 내에 불순물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특정 용액 내에 세균이 들어있지 않은지 확인하기 위해 활용될 수 있습니다. 용액의 일부를 채취해 성분을 분석할 필요 없이 빛을 쬐어 성분을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데, 이 장점을 바로 혈액 중의 당분 수치 측정에 활용한다는 아이디어입니다.

정말 스마트 워치로 가능해?

원리를 이해한 다음에도 여전히 궁금증이 생깁니다. 원리에 따르면 레이저를 쏘아보내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빛의 산란을 받아들이는 센서가 별도로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워치 기기에서 레이저를 쏘아보낸다고 하면, 산란된 빛은 손목 반대편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에서는 '비(非)접촉 사(斜)축(non-contact off-axis) 라만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빛을 비스듬하게 기울여 피부 아래층까지 도달하게 하여 혈당에 부딪힌 빛이 산란되도록 하고, 이 때 발생하는 스펙트럼을 얻는 기술인 것입니다.

이같은 원리는 사실 산소포화도 측정 기능이 포함된 이전 모델에서 구현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맥박 산소 측정기(Pulse Oximeter)는 손가락에 기기를 '물려' 한 쪽에서 적외선을 내보내면 반대편에서 적외선을 받아들여 계측하는 식이었지만, 스마트 디바이스에서는 빛을 쏘는 각도를 비스듬히 하여 이 두 센서를 한 방향으로 통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산소포화도 측정에서는 빛을 신체에 투과하였다면, 혈당 측정을 위해서는 빛을 산란시킨다는 점이 차이점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만, 문제를 해결한 방법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 일반적인 클립형 기기의 맥박 산소 측정 ▲ 스마트 디바이스의 맥박 산소 측정

측정치를 의료 현장에서 신뢰할 수 있을까?

빛을 이용해 생체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원리 자체는 일견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맥박 산소 측정에서와 같이 피부색에 따라 측정 데이터에 발생할 수 있는 오차는 결코 의료 현장에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산소포화도의 경우 의료 현장에서도 맥박 산소 측정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두 경우 모두에 오차가 있을 지언정 스마트 디바이스와 의료 현장에서의 데이터가 크게 차이를 보이는 일이 적을 수 있겠으나, 혈당의 경우 스마트 디바이스로 측정한 값과 기존 방식대로 혈액을 채취해 측정한 값에 작지 않은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비접촉 사축 라만 시스템을 통해 정확도 지표인 상관계수를 0.95(1에 가까울수록 높은 정확도)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하지만, 많은 사용자의 사용 경험이 누적되며 오차를 줄여나가는 기간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의 의의는?

주기적인 혈당 측정이 아주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침습적인 방식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현대 의학의 한계와도 같이 여겨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첨단 공포증(Trypanophobia)이 있는 환자의 경우 혈당을 측정해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엄청난 삶의 질 하락이 동반되어왔지요. 이 때문에 비침습적 혈당 측정 기술에 대한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되어왔고, 다양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Villena Gonzales W, Mobashsher AT, Abbosh A. The Progress of Glucose Monitoring-A Review of Invasive to Minimally and Non-Invasive Techniques, Devices and Sensors. Sensors (Basel). 2019 Feb 15;19(4):800. doi: 10.3390/s19040800. PMID: 30781431; PMCID: PMC6412701.

그리고 그 결과 그래핀을 이용한 필름(Graphene-based thin-film)2이라든지, 체표면의 전류·전압을 측정하는 전자기 센서3, 초음파를 이용하는 방식4 등 다양한 방식이 제시되어 왔으나 상용화·대중화에 성공한 기술은 지금까지 단 하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비침습적 혈당 측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 것은 단순히 불편함 때문만은 아닙니다. 혈당 수치 자체가 한 시점에서의 데이터뿐 아니라, 끊임없이 데이터의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존의 채혈식 측정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연속형에 가까운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혈당과 관련된 질환(당뇨, 통풍 등)에 대한 연구에도 상당한 진척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 라만 분광법을 이용한 혈당 측정법을 개발하고,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기에 충분한 신뢰도를 확보하여 그 기능을 스마트 워치에 탑재한다는 것은 기술의 대중화를 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가집니다. 이는 이전 포스트(맥박 산소 측정기(Pulse Oximeter), 부정확할 수 있다)를 통해 말씀드린 바 있는 오차 가능성·오차 범위를 상쇄할 만한 편의성을 가져다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바야흐로 딥 러닝·머신 러닝의 시대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하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기술을 보완·개선하는 데에 아주 큰 이점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물, 실물을 보자

결국 소비자가 저울질해야할 두 가지는 바로 편의성정확성입니다. 의료 현장에서와 다소 차이를 보이더라도 일상생활에서의 편의성이 크게 개선된다면 합리적인 제품이 될 것이고, 반대로 편의성 대비 오차가 지나치게 크다면 비합리적인 제품이 되어 시장에서 사장되고 말 것입니다.

결국, 실물을 보고 직접 사용해보아야 그 효용에 대해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삼성전자는 애플 워치가 잠식한 스마트 워치 시장에 반전을 가져올 수 있을지요? 개인적으로는 갤럭시 워치 4의 가능성에 매우 큰 기대가 생깁니다.

 

맥박 산소 측정기(Pulse Oximeter), 부정확할 수 있다

Sjoding MW, Dickson RP, Iwashyna TJ, Gay SE, Valley TS. Racial Bias in Pulse Oximetry Measurement. N Engl J Med. 2020 Dec 17;383(25):2477-2478. doi: 10.1056/NEJMc2029240. PMID: 33326721. 산소포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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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ng JW, Park YS, Chang H, Lee W, Singh SP, Choi W, Galindo LH, Dasari RR, Nam SH, Park J, So PTC. Direct observation of glucose fingerprint using in vivo Raman spectroscopy. Sci Adv. 2020 Jan 24;6(4):eaay5206. doi: 10.1126/sciadv.aay5206. PMID: 32042901; PMCID: PMC6981082.
  2. Lipani L, Dupont BGR, Doungmene F, Marken F, Tyrrell RM, Guy RH, Ilie A. Non-invasive, transdermal, path-selective and specific glucose monitoring via a graphene-based platform. Nat Nanotechnol. 2018 Jun;13(6):504-511. doi: 10.1038/s41565-018-0112-4. Epub 2018 Apr 9. PMID: 29632401.
  3. Gourzi M, Rouane A, Guelaz R, Alavi MS, McHugh MB, Nadi M, Roth P. Non-invasive glycaemia blood measurements by electromagnetic sensor: study in static and dynamic blood circulation. J Med Eng Technol. 2005 Jan-Feb;29(1):22-6. doi: 10.1080/03091900410001720247. PMID: 15764378.
  4. Harman-Boehm I, Gal A, Raykhman AM, Zahn JD, Naidis E, Mayzel Y. Noninvasive glucose monitoring: a novel approach. J Diabetes Sci Technol. 2009 Mar 1;3(2):253-60. doi: 10.1177/193229680900300205. PMID: 20144356; PMCID: PMC277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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