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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Cases/LAW-HANI: 판례로 보는 의료법

한약재 살인미수 사건, 여전한 빗장 밖 사각지대

1심: 서울남부지방법원 2006. 12. 21. 선고 2006고합372 판결 [살인·살인미수·살인음모]
2심: 서울고등법원 2007. 4. 19. 선고 2007노78 판결 [살인·살인미수·살인음모]
3심: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3687 판결 [살인·살인미수·살인음모] [공2007.9.1.(281),1419]

"남편 명의의 종신보험 다섯 개가 있었고, 사망 보험금은 거액이었습니다. 처음엔 청부 살인을 의뢰했지만 7,200만 원이라는 돈만 뜯기고 사기를 당했죠. 결국 직접 범행을 저질러야겠다는 생각에 친하게 지내던 점쟁이와 계획을 짰습니다. 시장에서는 사약(賜藥)에 쓰인다는 '부자(附子)'와 '초오(草烏)'를 쉽게 구할 수 있었고요, 남편에게는 '관절에 좋은 약'이라고 속이고 3일에 걸쳐 약초 달인 물과 수면제를 섞어 먹였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구토를 하며 속을 게워내버렸고, 또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결국 지인을 협박해 불러들인 뒤 함께 넥타이로 남편의 목을 졸랐습니다."

2006년 여름,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사건의 전말입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던 이 사건은, 살인 첫 번째 도구가 다름 아닌 '재래시장에서 손쉽게 구한 한약재'였다는 점에서 보건의료계에 적잖은 충격을 남겼습니다.

"약초 달인 물로는 사람을 죽일 수 없다?" 치열했던 법정 공방

재판에서는 약초의 독성을 두고 검찰과 가해자 측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핵심 쟁점은 가해자 측이 내세운 '불능범(不能犯)'의 인정 여부였습니다.

형법 제27조(불능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가해자 측은 이 조항의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초오나 부자 달인 물로는 애초에 사람을 죽일 수 없으니,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고 위험성도 없는 '불능범'에 해당해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검사 측은 이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초오와 부자는 예로부터 사약의 재료로 거론될 만큼[각주:1]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맹독이며, 이를 몰래 달여 먹인 이상 명백한 살인미수라는 것이었습니다.

조선시대 왕족이나 고위 관료에게 내려진 사약의 조제법은 기밀에 부쳐져 정확히 전하지 않습니다. 다만 비상(砒霜)과 함께 부자·초오 같은 맹독성 약초가 쓰였으리라는 것이 통설입니다. 사극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희빈이나, 기묘사화로 죽음을 맞은 조광조가 마셨던 독배에도 이런 약초가 들어갔으리라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기록에는 섬뜩한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람의 체질에 따라 사약을 토해내며 목숨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럴 때면 사약을 여러 사발 연거푸 들이붓거나, 끝내 끈으로 목을 졸라 처형을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2006년 사건의 피해자가 약초 달인 물을 토해내며 독을 이겨내자 가해자들이 결국 넥타이로 목을 조른 과정과, 수백 년의 시차를 두고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습니다.

"약초 달인 물로도 사람은 죽는다", 대법원이 확인한 맹독

대법원은 검사 측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불능범에 대한 엄격한 해석 기준을 제시하며 가해자들의 주장을 물리쳤습니다.

'초우뿌리'나 '부자'는 만성관절염 등에 효능이 있으나 유독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과거 사약(死藥)[각주:2]으로 사용된 약초로서 그 독성을 낮추지 않고 다른 약제를 혼합하지 않은 채 달인 물을 복용하면 용량 및 체질에 따라 다르나 부작용으로 사망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중략) 불능범이 아닌 살인미수죄로 본 제1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앞서 본 불능범에 관한 법리오해 또는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없다.

자연 상태의 부자와 초오가 품은 독은 실제로 치명적입니다. 이들 식물에 든 알칼로이드 성분 '아코니틴(Aconitine)'은 성인 기준 약 2~5mg의 소량만으로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각주:3]. 아코니틴이 몸에 흡수되면 심장과 신경 세포막의 나트륨 통로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켜 심각한 심실성 부정맥과 호흡 마비, 심정지를 일으킵니다[각주:4].

이미 있었던 빗장, 그러나 뚫려 있던 사각지대

사실 부자와 초오에 대한 규제는 2006년 사건 이전부터 존재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05년 5월 26일 제정한 「한약재수급및유통관리규정」(보건복지부고시 제2005-35호)[각주:5]은 [별표2]에서 감수·부자·주사·천남성·천오·초오·파두 등 7개 품목을 '중독우려품목'으로 지정해, 일반 판매업소가 아닌 한약 제조업소에서만 제조할 수 있도록 못박고 있었습니다. 나아가 이들 품목의 유통 경로까지 직접 틀어막았습니다. 규정의 이름 그대로, 한약재의 '수급'과 '유통' 질서 자체를 겨냥한 장치였던 셈입니다.

한약재수급및유통관리규정 제34조(규격품 유통질서확립 등을 위한 준수사항) ⑥ 제23조제4항의 규정에 의한 한약재를 수입한 수입자는 당해 품목의 제조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제조업자 외의 자에게 이를 판매하거나 유통시켜서는 아니 된다.

문제는 이 빗장이 시장에서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가해자가 재래시장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부자와 초오를 사들일 수 있었다는 사실은, 법령상의 '금지'와 현장의 '실태' 사이에 놓인 간극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산지에서 무단으로 채취된 독초가 야생 나물이나 농산물로 위장돼 은밀히 거래되는 탓에, 규제망은 손쉽게 우회되었습니다.

이후 관리 체계는 한층 정비됐습니다.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약재 안전 및 품질관리 규정」(제2013-7호, 2013년 4월 5일 시행)을 통해 이들 품목을 '독성주의한약재'로 재정비했고[각주:6], 이에 따라 초오와 부자는 한의사의 처방 없이는 일반 시장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될 수 없게 됐습니다. 식품 원료로 쓰는 길도 애초에 막혀 있습니다. 서류상으로만 보면, 빗장은 시간이 갈수록 촘촘해진 셈입니다.

그럼에도 사각지대는 메워지지 않았습니다.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는데도, 약재의 효능에 기대려는 일부 재래시장 상인과 노년층 사이에서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불법 유통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비극은 되풀이되었습니다. 2019년 광주에서는 두 달 사이 두 건의 사망 사고가 잇따랐습니다. 6월에는 손발 저림에 시달리던 70대가 초오를 명탯국에 넣어 달여 먹었다가, 8월에는 허리 통증에 시달리던 80대가 초오를 달여 먹었다가 각각 중독[각주:7]으로 숨졌습니다. 명태처럼 '성질이 찬' 재료와 함께 달이면 초오의 독성이 누그러진다는 속설이 민간에 퍼져 있었지만, 이는 한의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독성 제거를 위한 수치(修治)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는 한, 무엇과 함께 달이든 아코니틴의 독성은 그대로 남기 때문입니다.

2006년의 살인과 2019년의 사고 사이에는 13년의 시간과 '고의'와 '무지'라는 상반된 동기가 놓여 있습니다. 그러나 두 비극의 배경에는 같은 사각지대가 있었습니다. 바뀐 것은 연도와 희생자의 이름뿐, 독초가 놓인 좌판은 그 자리 그대로였습니다.

'진짜' 한약의 조건, 전문가의 통제 아래서만

그렇다면 이토록 위험한 한약재를 한의원에서 처방받는 것은 괜찮을까요? 시장에서 구하는 한약재가 위험하다면,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한약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의문이 들 법합니다. 하지만 이 둘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처방 주체의 전문성'에 있습니다.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식물조차 안전한 약으로 쓰일 수 있는 전제는, 독성을 제거하고 약효를 높이는 가공 과정인 '수치(修治)' 이전에, 한의학 전문가의 진단과 통제가 먼저라는 점입니다. 한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종합해 판단하고, 독성 약재가 반드시 필요한지, 사용해야만 한다면 생(生)으로 쓸지. 독성을 어느 정도 제거할지를 결정합니다. 맹독마저 치료제로 다스리는 첫 번째 안전망은 결국 의료인의 진단 그 자체인 셈입니다.

여기에 약재 자체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두 번째 장치가 더해집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구하는 약재가 '농산물'이나 '식품'에 가깝다면, 한의원에서 쓰는 약재는 국가의 통제를 받는 '의약품'입니다. 2015년부터 전면 의무화된 hGMP(우수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각주:8]에 따라, 한의원으로 공급되는 의약품용 한약재는 대한민국약전이 정한 규격품 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검증은 양방향으로 이뤄집니다. 규격품 한약재는 납·비소·수은 같은 중금속과 잔류농약, 곰팡이독소, 이산화황 등 유해 물질이 식약처가 정한 허용치 이하인지 검증받는 한편, 정작 약효를 내는 지표성분(유효성분)이 기준치 이상 들어 있는지도 정량 시험으로 확인받습니다. '나쁜 것은 기준치 이하로, 좋은 것은 기준치 이상으로'인 셈입니다.

그래서 같은 '한약재'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시장 좌판의 약재와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약재는 사실상 급이 다른 물건입니다. 편의점 캔커피와 바리스타가 원두를 골라 내린 한 잔을 같은 커피라 부르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죠. 이러한 국가적 검증을 거친 의약품용 한약재만이 비로소 한의사의 처방 테이블에 오를 수 있습니다.

남은 과제 — 무법지대의 약초,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2006년의 살인 사건은 무방비하게 유통되는 한약재의 위험성을 보여준 극단적 사례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초오나 부자 같은 맹독성 약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에서 무심코 구입하는 평범한 약재들도 국가의 품질 검증(hGMP)과 한의사의 진단을 거치지 않은 채 오남용되면, 중금속 노출이나 부작용으로 얼마든지 건강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진단과 국가의 품질 검증이라는 이중의 안전망을 벗어나는 순간, 약은 언제든 독으로 돌변할 수 있는 셈입니다.

무법지대에서 유통되는 불법 한약재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규제가 절실한 이유입니다. 400여 년 전 왕이 신하에게 내리던 사약이 2006년에는 살인의 도구로, 2019년에는 통증을 달래려던 노인의 밥상 위 비극으로 모습을 바꿔 되돌아왔습니다. 형태만 달랐을 뿐, 전문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독초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같은 약초라도 누구의 손을 거치느냐가 약과 독을 가릅니다. 전문가의 진단 없이 무심코 식탁에 올린 약초는, 언제든 내 생명을 위협하는 '사약(死藥)'이 될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의료인의 관점에서 대법원 판례가 갖는 시사점을 학술적으로 분석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며, 공식적인 법률 자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정확한 법적 판단은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1. 사약(賜藥).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Available from: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25804. [본문으로]
  2. 판결문 원문은 '사약(死藥)'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다만 조선시대에 왕이 죄인에게 내리던 사약의 표준 표기는 '하사하다'는 뜻의 '사(賜)'를 쓴 사약(賜藥)입니다. 판결문의 '死藥'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약'이라는 문언적 의미를 살린 표기로 볼 수 있으며, 본문에서 사건의 역사적 배경으로 다루는 사약은 賜藥을 가리킵니다. [본문으로]
  3. Bonanno G, Ippolito M, Moscarelli A, Misseri G, Caradonna R, Accurso G, Cortegiani A, Giarratano A. Accidental poisoning with Aconitum: case report and review of the literature. Clin Case Rep. 2020;8(4):696-698. doi:10.1002/ccr3.2699. PMID:32274038. [본문으로]
  4. Chan TY. Aconite poisoning. Clin Toxicol (Phila). 2009 Apr;47(4):279-85. doi:10.1080/15563650902904407. PMID: 19514874. [본문으로]
  5. 보건복지부. 한약재수급및유통관리규정 [보건복지부고시 제2005-35호] [별표2] 제조업소에서만 제조할 수 있는 품목. 국가법령정보센터. 2005년 5월 26일 제정. [본문으로]
  6.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약재 안전 및 품질관리 규정 [제2013-7호]. 국가법령정보센터. 2013년 4월 5일 시행. [본문으로]
  7. 임재희. 초오 달여 먹고 또 사망 사고…먹지 말아야 할 '독초', 왜 자꾸 먹나. 국제신문. 2019년 8월 20일. [본문으로]
  8.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총리령) [별표 2] 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국가법령정보센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