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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Cases/LAW-HANI: 판례로 보는 의료법

34년 만의 판례 변경: '의료행위' 재정의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비의료인의 서화문신(타투) 시술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파기환송 판결[각주:1]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1992년 이래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보았던 기존 대법원 판례가 34년 만에 명시적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언론을 통해 주로 '타투 합법화' 이슈로 조명되고 있지만, 이 판결이 지니는 진정한 무게감은 그 이면의 법리적 변화에 있습니다. 본 판결의 핵심은 타투 시술의 합법화 여부를 넘어, 대법원이 '의료행위'를 규정하는 해석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꾸었다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해석: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 중심 방어적 확장

의료법은 '의료행위'의 구체적인 정의를 법률로 명문화하지 않고, 판례의 해석에 맡기는 개방적 형태를 취해왔습니다. 이는 의료행위의 종류가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의료행위 영역이 끊임없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법률로 개념을 일의적으로 묶어두는 '경직된 형태'보다는, 시대적 상황에 맞춰 합리적인 법 해석이 가능한 '유연한 형태'를 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법 의지가 반영된 것입니다. 종래 대법원은 이러한 개방성 속에서 '위험성'이라는 잣대를 통해 의료행위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장해 왔습니다.

이러한 논리의 태동은 197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각주:2]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대법원은 의료행위의 개념이 "의학의 발달과 사회의 발전 등에 수반하여 변화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선언하며, 시술로 인해 "일반공중위생상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여부"와 "사회통념"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최초 제시했습니다.

1974년에 마련된 이 '위험성'과 '사회통념'이라는 유연한 잣대는, 이후 질병 치료가 아닌 비의료적 목적의 시술들이 등장하면서 그 범위가 본격적으로 확장됩니다. 1978년 지압 사건[각주:3]을 통해 대법원은 의료행위를 처음으로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로 구체화했습니다. 나아가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의료기기가 아니더라도 위험성이 있다면 의료행위로 보았고[각주:4], 1994년 피부박피술 사건[각주:5]에서는 그 목적이 치료가 아닌 순수 미용이더라도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면 모두 의료행위로 포섭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1999년 판결(98도2481)에 이르러 확고한 공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의료행위라 함은 (...)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 (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도2481 판결)

즉, 과거 법원의 일관된 입장은 침습적 행위가 수반되어 감염 등 부작용 발생의 '위험성'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도구와 목적을 불문하고 이를 오직 고도의 의학적 지식을 갖춘 '의사'의 영역으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의료인의 눈썹 미용문신(1992년) 및 서화문신 시술(2004년)이 각각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았던 것도 바로 이 '위험 통제' 중심의 강력한 논리 덕분이었습니다.

대법원의 새로운 해석: '위험의 관리가능성' 및 '사회통념'

그러나 이번 2026년 판결에서 대법원은 기존의 '절대적 위험 회피' 관점에서 벗어나, 다차원적인 종합 평가로 의료행위의 판단 기준을 크게 전환했습니다.

① 목적의 분리: "치료가 아닌 자기표현"

대법원은 타투 시술의 목적이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가 아닌, 개성 발현과 예술적 표현에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행위의 본질적 목적이 전통적 의술과 궤를 달리한다면, 이를 억지로 의료행위의 범주에 가두기 어렵다는 시각입니다.

서화문신시술을 받는 사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신체에 원하는 글자 또는 그림, 무늬, 색상 등을 새기기 위한 목적으로 문신을 의뢰하고 비용을 지급한다. (...) 질병의 예방·치료나 건강 증진을 위한 행위임을 표명하지 않거나 질병의 예방·치료에 사용되는 기기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② '절대적 위험'에서 '위험의 관리가능성'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감염 우려(위험의 존재 자체)가 곧 의료행위로 직결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타투 머신의 발전, 일회용품 사용의 보편화, 위생용품 관련 법제도 등 "기술과 제도를 통한 위험의 관리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즉, 위험을 일정 수준 통제할 수 있다면, 반드시 고도화된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시술자가 손수 바늘로 일일이 피부를 찌르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바늘의 침투 깊이를 자동적으로 조절해 주는 등 안전성이 개선된 문신용 기계(타투 머신)가 널리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일회용 바늘, 멸균기, 위생장갑 및 소독제 등 피부 손상에 따른 감염과 질병 전염 등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보건위생용품의 사용이 일반화 되어 있다. (...) 형법이나 공중위생관리법 등 다른 법률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을 통하여 문신시술 과정이나 결과를 적정하게 통제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정도로 보건위생상 위해를 관리할 수 있다.

③ 사회적 인식과 헌법적 기본권의 형량

법원은 의료서비스 수요자(국민)의 인식을 적극 수용했습니다. 대다수 국민이 타투를 의료기관이 아닌 일반 업소에서 소비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현실과 규범의 괴리를 인정했습니다. 특히 "의료행위의 범위를 반드시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행위로 한정해야 한다"고 밝히며, 이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할 경우 비의료인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시술을 받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의료행위의 범위를 사회통념에 비추어 반드시 의료인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행위로 한정함으로써 의료인 아닌 사람들의 기본권 제한 범위를 최소화하여야 한다. (...) 서화문신행위로 인한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의 측면만을 강조하여 오직 의료인에게만 서화문신시술을 허용하고, 비의료인에게 이를 전면금지하는 것은 서화문신시술을 받으려는 사람의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자유로운 인격 발현을 통한 행복추구권, 표현의 자유, 예술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의료행위' 본질에 대한 새로운 고민

결론적으로, 이번 판결은 타투 시술에 국한된 예외적 허용이 아닙니다. 향후 AI 기반 헬스케어 기기, 비침습적 미용 의료기기, 각종 신생 시술 영역에서 '무엇이 진정한 의료행위인가'를 다툴 때, 대법원이 새롭게 제시한 다음의 7가지 판단 기준이 적용될 것입니다.

  • 행위의 목적과 수단
  • 경위와 태양
  • 행위에 필요한 의학적 전문지식의 내용과 정도
  •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 우려의 내용과 정도 및 관리가능성
  • 의료기술의 발전 양상과 의료환경의 변화
  • 보건위생에 관한 사회 일반의 지식 수준과 정도
  • 의료서비스 수요자의 인식과 요구 및 그 행위에 대한 사회적 평가

의료계 역시 단순히 '위험성'을 근거로 의료행위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던 과거의 관점에서 벗어나, 고도의 전문성과 임상적 판단이 필수불가결한 '본질적 의료'의 영역을 새롭게 정의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본 글은 의료인의 관점에서 대법원 판례가 갖는 시사점을 학술적으로 분석한 정보 제공 목적의 글이며, 공식적인 법률 자문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정확한 법적 판단은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1. 대법원 2026. 5. 21. 선고 2022도13370 전원합의체 판결 [본문으로]
  2. 대법원 1974. 11. 26. 선고 74도1114 전원합의체 판결 [본문으로]
  3. 대법원 1978. 5. 9. 선고 77도2191 판결 [본문으로]
  4. 대법원 1989. 9. 29. 선고 88도2190 판결 [본문으로]
  5. 대법원 1994. 5. 10. 선고 93도2544 판결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