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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 Trends/Advisory: 공중보건 리포트

"천연이니까 안전하다?" 독초가 건강차로 둔갑하는 현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2026년 4월 3일 자 발표를 통해, 독성 등의 이유로 식용 섭취가 전면 금지된 부처손(권백)과 애기똥풀(백굴채) 등을 이른바 건강차(茶)로 둔갑시켜 판매한 업체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밝혔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종종 안타까운 경우를 접하게 됩니다. 인터넷이나 방송에 떠도는 단편적인 정보만 믿고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식물을 임의로 달여 먹는 사례입니다. 산에서 직접 채취하거나 재래시장에서 구매한 약초를 복용하다가 간독성이나 신독성이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오늘은 구체적인 약초의 종류를 떠나, 식약처가 왜 이러한 농·임산물의 임의 섭취를 엄격하게 규제하는지 그 이유를 살펴봅니다. 아울러 '자연산'이라는 오해가 부르는 약리적 위험성과 의약품용 한약재(hGMP) 시스템이 지니는 임상적 중요성도 같이 살펴볼까 합니다.

생약을 천연 식품으로 오인하는 병태생리학적 위험성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과 대화하다 보면 종종 마주하는 오해가 있습니다. 천연물 추출물은 화학약품과 달리 부작용이 없고 무조건 안전할 것이라는 맹신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식물 역시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초식동물이나 해충, 미생물에 맞서기 위한 생존 전략입니다. 즉, 생약에는 알칼로이드, 배당체, 플라보노이드 등 고유의 생리활성물질(Active ingredient)이 고농도로 농축되어 있습니다. 이는 식물 스스로가 자신을 뜯어먹는 포식자나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낸 천연 무기이자 독성 방어 기제인 셈입니다.

이 성분들이 인체 내에 유입되면 체내 약물 대사 효소계와 매우 복잡하게 상호작용[각주:1]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간과 소장 점막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사이토크롬 P450(CYP450) 효소군에 생약 성분이 강한 영향을 미치는데, 단순한 화학적 결합을 넘어 효소 활성을 강력하게 억제하거나 유도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생약 성분의 자체적인 세포 독성 외에, 복용 중인 다른 약물의 대사 경로를 교란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혈압약, 당뇨약, 고지혈증약, 항응고제 등 필수적인 양약의 대사를 비정상적으로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약물-생약 상호작용(Herb-Drug Interaction)'이 빈번하게 발생[각주:2]합니다. 예를 들어, 식약 공용 한약재로 널리 쓰이는 오미자(Schisandra chinensis)의 시잔드린(Schisandrin), 고미신(Gomisin) 성분은 소장과 간의 CYP3A4 효소를 강하게 억제하는데, 이 상황에서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약을 복용 중이었다면 그 혈중 농도가 몇 배로 급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횡문근융해증과 같은 치명적인 전신 부작용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식입니다. 

또한 의료인의 진단 없이 민간에서 임의로 식물을 끓여서(혹은 갈아서) 마시는 경우 성분의 추출 농도 및 일일 투여 용량을 전혀 통제할 수 없습니다. 허용치를 초과한 활성 성분이 일시에 체내로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간의 대사 과정은 곧바로 과부하에 걸립니다. 미처 처리되지 못한 중간 독성 대사체(Toxic metabolite)가 간세포에 고스란히 축적되는 것입니다. 축적된 독성 물질은 극심한 산화적 스트레스를 유발[각주:3]합니다. 그 결과 치명적인 약인성 간손상(Drug-Induced Liver Injury, DILI)이 발생합니다.(또한 세뇨관 괴사로 인한 급성 신손상(Acute Kidney Injury, AKI)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해질 불균형에 따른 심혈관계 이상을 유발할 위험성도 큽니다[각주:4].

간 기능이 이미 저하되어 있거나 다제약물(여러가지 약물)을 복용 중인 고령 환자라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무심코 달여 마신 농축된 '건강차' 한 잔이 간세포의 급격한 염증과 비가역적인 괴사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이처럼 안타까운 경우는 드물지 않게 관찰[각주:5]됩니다. 환자의 간 및 신장 청소율(Clearance), 기저질환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섭취하는 일명 '건강차'는, 스스로 장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자해 행위와 다름없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약품용 한약재(hGMP)와 일반 농산물의 결정적 차이

독성을 가진 식물이라고 해서 한의학 임상에서 아예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강한 독성을 지닌 약초라도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 처방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때는 매우 세밀한 용량 조절이 수반됩니다. 그렇다면 일반 시장의 무분별한 농산물과 의료기관의 한약재를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바로 국가가 주도하는 엄격한 '규격화(hGMP)' 시스템이 그 핵심 방어선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재래시장에서 유통되는 농·임산물은, 엄밀히는 재배 환경이나 유통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해 요소에 대한 안전성이 의학적 수준에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특히 오미자, 구기자, 당귀처럼 식품과 의약품 양쪽 경로로 유통될 수 있는 식약 공용 한약재를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 약재들이 식품으로 취급될 때와 의약품으로 취급될 때의 품질 관리 기준은 극명한 차이를 보입니다[각주:6].

구분 검사 성분
일반 식용 농산물
(식품위생법 적용)
포괄적 기초 검사: 기본적인 겉모양(관능) 검사와 제한적인 잔류농약, 중금속 등의 검사만 이루어집니다. 유효 성분 검증 부재: 약리적 효능과 직결되는 성분 검사는 아예 생략됩니다. 외관상 심하게 부패하거나 훼손되지 않았다면 대체로 유통이 허락되는 느슨한 구조입니다.
의약품용 규격 한약재
(약사법 및 hGMP 적용)
엄격한 정밀 위해 검사: 중금속, 잔류농약, 이산화황, 벤조피렌, 아플라톡신 등 곰팡이독소에 대해 일반 농산물보다 훨씬 엄격한 허용 기준치가 적용[각주:7]됩니다. 지표성분 정량검사: 결정적인 임상적 차이는 '지표성분 정량검사' 유무입니다. HPLC, GC 등의 정밀 분석 장비를 통해 질병 치료에 필요한 약리 활성 유효 성분이 치료적 농도 이상 일관되게 함유되어 있는지 철저히 검증[각주:8]합니다.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은 토양의 영양 상태, 일조량, 강수량, 채취 시기에 따라 그 내부의 화학적 조성이 수십 배씩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겉보기에는 똑같은 구기자라도 성분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의료기관에 한약재로 공급되는 농산물은 규격화·정량화된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 시장에서 식재료로 구매하는 구기자와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구기자는 겉모습만 같을 뿐입니다. 약효의 균일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근거 데이터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의료기관은 오염 물질이 원천 배제되고 유효 성분의 농도가 과학적으로 보장된 의약품만을 취급합니다. 이를 전문가의 진단하에 환자에게 투여하는 체계가 바로 한의약 치료입니다.


질병의 본질적인 치료라든지 체질 개선을 원한다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야 합니다. 해부 생리학적 지식과 병리를 명확히 이해하는 의료인의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입니다. 이후 정제되고 규격화된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식약처의 이번 단속이 대중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자연산이면 무조건 좋다'는 천연물 맹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나아가 한약과 농산물을 명확히 구분하는 올바른 의료 이용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합니다.


  1. Choi JG, Eom SM, Kim J, Kim SH, Huh Y, Kim HC, et al. Pharmacokinetic interactions of herbs with cytochrome p450 and p-glycoprotein. Evid Based Complement Alternat Med. 2015;2015:736431. [본문으로]
  2. Bang SH, et al. A review of herb-drug interactions in cancer patients. J Int Korean Med. 2008;29(4):887-903. [본문으로]
  3. Kim YS, et al. A case of acute toxic hepatitis induced by Chelidonium majus. Korean J Med. 2008;74(1):89-93. [본문으로]
  4. Kim CS, et al. Definition and evaluation of acute kidney injury: clinical practice guideline. Korean J Med. 2015;88(4):357-366. [본문으로]
  5. Yoon SM, et al. Two cases of acute toxic hepatitis and acute renal failure following ingestion of Ulmus davidiana decoction in patients with lung cancer. Korean J Med. 2003;65(3):826-831. [본문으로]
  6. Choi GY, et al. A study on the differences in standards between food and medicine for herbal medicines used as both food and medicine. Kor J Herbology. 2014;29(3):21-36. [본문으로]
  7.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Guideline for the Good Manufacturing Practice of Herbal Medicines (hGMP). Cheongju: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2015. [본문으로]
  8. Nam Ho Yoo, Yongsoo Kwon, Myong Jo Kim. Establishment of HPLC-UV Analysis Method Validation for Simultaneous Analysis of Standard Compounds of Oplopanax elatus Nakai Stem. 2019; 50(2): 133-140. [본문으로]